앵커: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대사관 공사가 27일 서울 정부청사에서 북한의 실상을 여러분야에 걸쳐 낱낱이 털어놓았는데요. 특히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김정은 정권을 위기로 몰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대사관 공사는 27일 남측 통일부 출입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대북제재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대북제재로 인한 효과를 아직 객관적인 수치로 증명하기는 어렵지만 북한 지도부의 심리적 압박 효과는 분명히 있다고도 강조했습니다. 그 실례가 완공 시점이 늦춰진 여명거리라는 겁니다.
태 전 공사는 “올해 3월 김정은이 ‘10월 당 창건일까지 여명거리를 완성해 대북제재가 물거품이 됐다는 것을 보여줘라’고 북한 간부들에게 지시했다”면서 “이 사항이 관철되지 않았기 때문에 북한 지도부가 심리적 불안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태 전 공사는 ‘북한 변두리의 경제특구 확대’와 ‘세계적인 관광중심지 개발’ 등 김정은의 대북제재에 대한 대응 지시에 대해서도 “제대로 이뤄질 가능성이 낮다”고 내다봤습니다. 국가 차원의 ‘자금 압박’을 해소하려하지만 이 마저도 대북제재 때문에 어렵다는 설명입니다.
이에 태 전 공사는 “대북제재가 김정은 정권의 꿈을 물거품으로 만들어 놨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남측 전문가들도 이와 관련한 비슷한 견해를 내놨습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최근 새로운 대북제재가) 제대로 이행되면 북한은 8억 달러에서 10억 달러 정도의 외화수입 감소가 예상됩니다. 때문에 기존 대북제재에 추가적인 대북제재가 실질적으로 이행되면 김정은 정권의 핵개발 계획에 상당한 차질이 빚어질 것은 분명합니다.
지난 2월 한국 정부가 개성공단을 전격 폐쇄한 것에 대해서는 “필요한 조치”였다고 태 전 공사는 말했습니다. “한국 정부부터 폐쇄 조치를 하지 않았다면 다른 나라들이 대북제재에 합류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평가입니다.
과거 개성공단 조성을 논의할 당시 북한 당국의 ‘기대감’을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부가가치가 높은 분야의 기업들이 공단에 입주하면 북한 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겁니다.
태 전 공사는 “김정일과 북한 당국은 중화학 공업이 들어오면 남한처럼 경제성장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면서 “소비재 기업만 들어와 우려가 많았지만 당국으로서는 벌어들일 수 있는 수익도 포기할 수 없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북한의 ‘비정상적인 경제’에 대해서도 태영호 전 공사는 우려를 표했습니다. ‘원시적인 자본주의’와 북한 지도부의 ‘사회주의 계획경제’가 서로 충돌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렇지만 “북한 경제는 점차 시장에 의거한 경제로 변화하고 있다”고 태 전 공사는 평가했습니다.
“북한은 수령 신격화에 기초해서 움직이는 사회이기 때문에 주민들의 ‘의식주’는 수령이 보장해줘야 한다”면서 “만약 수요와 공급에 의한 경제정책이 마련되면 김정은은 사회에 대한 통제력을 잃어버릴 것”이라는 전망도 덧붙였습니다.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대사관 공사는 다음주부터 남측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에서 근무할 예정입니다. 태 전 공사는 북한 체제의 실상을 강연을 통해 알리고 이와 관련한 연구활동도 벌일 계획으로 알려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