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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외무성은 대변인 담화를 내고 6자회담에 복귀하기 전에 관련국들이 대북 제재를 풀어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측의 이 같은 요구를 6자회담에 돌아갈 명분을 달라는 신호로 해석했습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의 외무성 대변인이 18일 발표한 담화의 요지는 ‘대북 제재가 풀리기 전에는 6자회담에 나갈 수 없다’는 겁니다.
“제재의 모자를 쓴 채로 6자회담에 나간다면 그 회담은 9.19 공동성명에 명시된 평등한 회담이 아니라 ‘피고’와 ‘판사’의 회담”이라며 “우리의 자존심이 절대로 허락지 않는다”고 담화는 강변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기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지난 12월 미국과의 양자회담에서 북측은 이미 6자회담에 복귀할 의사를 밝혔지만, 미국이나 회담 의장국인 중국이 북한의 회담 복귀를 유인할 정치적 명분을 주지 않자 이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는 겁니다. 평화문제연구소 장용석 연구실장입니다.
장용석: 북한이 회담에 나갈 수 있는 자존심을 세워달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고, 이건 자신들이 회담에 나갈 수 있는 명분을 달라는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4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측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는 ‘의장성명’을 발표하자, 북측은 즉각 외무성 성명을 내고 “6자회담은 더이상 필요 없게 되었다”며 “이런 회담에 다시는 절대로 참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다시는 절대로’ 같은 강경한 표현을 쓴 북측으로선 ‘못이긴 척’ 회담에 돌아갈 수 있는 명분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뜻입니다.
전문가들은 또 ‘북측이 지난주 평화협정 회담을 열자는 제안을 했지만, 한국과 미국, 일본이 사실상 거부하자 몽니를 부리고 있다’는 해석도 내놨습니다.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무진 교수입니다.
양무진: 과거의 경험적 사례에 비춰보면 6자회담이 재개되면 자연스럽게 대북 제재가 완화 또는 중단되기 때문에, 현재 상황은 관련국 간의 기 싸움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북측이 명분을 요구하고 있지만, 6자회담의 나머지 당사국들이 제재부터 풀어달라는 북측의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미국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12일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할 경우 제재의 적절한 완화를 검토할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과 일본의 외무장관도 지난 주말 ‘비핵화가 진전된 다음에 북한이 제재를 해제해 달라는 요구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북한이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회담을 열자는 요구도 비핵화 논의가 진전된 이후에 검토할 수 있다고 한국과 일본의 외무장관은 밝혔습니다.
한미일 3개국과 북한이 현시점에서는 뚜렷한 접점을 찾는 게 여의치 않아 보이는 가운데,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둘러싸고 양측의 막판 기 싸움이 진행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