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갈수록 강력해 지는 대북제재 국면 속에서 북한의 체제 유지와 핵, 미사일 개발자금으로 사용되는 외화 확보를 위한 밀수가 아프리카에서 더욱 활발해질 거란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보도에 홍알벗 기자입니다.
스위스 제네바에 기반을 두고 있는 국제시민사회단체인 ‘국제 조직범죄방지 세계계획(Global Initiative Against Transnational Organized Crime)’은 22일 보고서를 발표하고 아프리카 등 국제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북한 외교관의 밀수행태를 고발했습니다.
최근 유엔 총회에 맞춰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미국에서 강경화 한국 외교부장관을 만나 북•중 간 밀수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시점에서 보고서가 나온 터라, 향후 북한이 아프리카에서 야생동물 또는 특정 부위를 몰래 들여와 중국에서 밀거래 하는 행위가 근절 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외교관과 속임수: 아프리카에서의 북한의 범죄행위(Diplomats and Deceit: North Korea’s Criminal Activities in Africa)’라는 제목의 이 보고서는 외국에서 밀수를 담당했거나 목격했던 전직 북한 외교관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세계 각국에서 이뤄지고 있는 북한 당국의 범죄행위를 폭로했습니다.
최근 탈북한 전직 외교관 박지완(가명) 씨는 평양에서 영어와 중국어를 전공한 뒤 김 씨 일가의 비자금을 담당하는 38호실로 배정 받고 중국에서 무역 업무를 담당했는데, 아프리카 탄자니아와 말레이시아에서는 설탕을, 아프리카 나미비아와 짐바브웨에서는 담배와 담뱃잎, 그리고 식용유 등을 수입했으며, 모잠비크 건설현장에서 노동자와 의료진들에게 지급된 임금을 현금으로 수송하는 일도 했었다고 털어놨습니다.
특히 중국에 있는 동안 아프리카로부터 수출 금지품목인 코뿔소 뿔과 코끼리 상아, 금괴, 금장신구 등을 현지 외교관들이 1년에 3번 정도 갖고 들어오는 것을 봤다고 밝혔습니다.
2000년에 탈북한 전직 북한 대사관 서기관 출신의 김 씨는 “북한 외교관들은 쥐꼬리만한 봉급에 북한 당국이 거액의 충성자금을 강요하기 때문에 밀수 등 돈이 될만한 일이라면 무엇이든 하려 한다”며 “외교관 면책특권을 이용해 고가의 수출제품을 여행용 가방에 넣어 중국으로 갖고 가 판다”고 설명했습니다.
김 씨는 “북한 당국은 적발 시 북한의 이미지가 실추될 것을 우려해 모든 밀수 행위를 금지시켰지만 여전히 이뤄지고 있으며, 해당 단속기관도 뇌물만 주면 쉽게 단속을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에 북한의 밀수 행위가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코뿔소 뿔은 작은 덩어리로 자르고, 또 코끼리 상아는 이쑤시개나 조각품 같이 가동작업을 거친 뒤 작게 만들어 가방에 넣기 때문에 손쉽게 검색망을 빠져 나간 뒤 중국과 싱가포르에서 판매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번 보고서를 발표한 국제 조직범죄방지 세계계획의 줄리안 레더마이어 연구원입니다.
줄리안 레더마이어 연구원: 코뿔소 뿔 밀거래뿐만 아니라 다른 불법 행위들이 각종 대북제재 속에서도 전세계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는데 평양의 지시를 받고 있다고 봅니다. 아프리카에 있는 북한 대사관들은 북한 당국을 위해 외화를 벌어들이는 창구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파키스탄과 태국, 즉 타이에서 근무했었다는 또 다른 북한 외교관 출신 홍순경(가명) 씨는 외교관들의 밀수행위는 아주 흔한 일이라며 “면세 술과 담배를 몰래 팔아 그 돈을 북한 정권을 위해 보냈다”며 “봉급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충성자금을 바치다 보니 생활을 위해 또 다른 밀수를 할 수 밖에 없었다”고 강조했습니다.
보고서는 아프리카 국가에서 북한 당국이 손쉽게 밀수로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지만 해당 국가의 부패와 무관심 때문에 적발되는 경우는 무척 드물다며, 점점 강력해지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아프리카 내 밀수행위가 더욱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