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 내에서도 '철옹성'으로 불릴 만큼 비밀유지가 철저한 인민군 정찰총국 산하 연락소들이 최근 들어 보안유지에 허점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내부 성원들이 장사목적을 위해 일반주민들을 몰래 끌어들이는 행위가 잦아지며 비밀이 새나가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김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함경북도 청진시 청암구역 로창동에는 정찰총국 산하 ‘청진연락소’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갈대가 많다고 하여 현지 주민들속에서 ‘갈골 기지'라고도 불리는 이 연락소에는 16척의 중형급 반잠수정과 150마력의 ‘어선’(연락선)을 보유하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이 전했습니다.
‘청진연락소’는 남파 간첩들을 파견하는 한편 마약과 금, 무기 등의 밀매를 통해 외화벌이를 하는 곳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2005년까지 이곳은 3중으로 된 철저한 경계망으로 극소수의 연락소 성원들과 그 가족들 외에는 접근할 수 없는 곳이었습니다.
그러나 6일 함경북도의 한 소식통은 “갈골에 있는 ‘아스콤’의 내부사정을 이젠 손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을 만큼 훤히 꿰뚫고 있다”면서 “아스콤에서 잡은 해삼과 성게, 생복(전복)을 사기 위해 몰래 기지로 드나드는 장사꾼들이 많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습니다.
정찰총국 연락소를 현지주민들이 ‘아스콤’이라고 부르는 것은 북한영화 ‘붉은 단풍잎’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이 영화에 나오는 비밀기지의 이름이 '아스콤'으로 이 영화가 나온 후 북한주민들은 접근이 금지된 비밀기지를 ‘아스콤’이라 부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접근불가의 철옹성이던 ‘아스콤’도 이젠 장사꾼들이 몰래 드나들 수 있게 되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실제로는 청진시 청암구역에 있으면서도 주소지 상으로는 청진시 ‘신암구역’으로 되어있는 정찰총국 산하 ‘청진연락소’는 주변 육지에 민간인들이 살지 않는데다 바다 쪽은 군용어선들도 접근이 금지되었기 때문에 수산자원이 풍부하다고 소식통은 이야기했습니다.
이와 관련 함경북도의 또 다른 소식통은 “연락소 직원 가족들과 친해지면 얼마든지 기지 내부로 들어갈 수 있다”며 “연락소 직원 가족들이 돈벌이를 위해 수시로 외부 장사꾼들을 기지 내부까지 끌어들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최근 들어 ‘청진연락소’ 내부에서 근무하는 전투원(침투조)과 연락원(안내조)들이 과거와 같은 충분한 후방공급을 받지 못해 생활고를 겪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생계유지도 바쁜데다 자식들을 학교에 보내고 대학까지 보내자면 어쩔 수 없이 가족들이 장사에 나서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연락소 성원들의 가족들은 기지 내 경비근무를 서는 경비소대와 짜고 돈 많은 장사꾼들을 철조망 너머 내부로 끌어들인다고 그는 전했습니다. 또 기지내부에 들어간 장사꾼들은 경비 군관들에게 상당액의 돈을 지불해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이처럼 전투원과 연락원의 아내들이 외부 장사꾼들을 돈벌이를 위해 기지내부로 끌어들이면서 남편들이 다음에 연락선을 타고 어디로 가게 되는지, 어떤 임무를 받았고 언제쯤 돌아올 것인지와 같은 극비사항을 누설하는 경우가 많아 연락소 내부비밀이 밖으로 새나가고 있다고 그는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