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장성, 미군 군번 몰래 보관”

0:00 / 0:00

앵커: 북한군 일부 장성들이 6.25전쟁 때 전사한 미군병사들의 군 번호(이름표)를 보물처럼 몰래 보관하고 있다고 합니다.

앞으로 때가 되면 값이 나가는 골동품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었다고 하는데요, 자세한 소식 정영기자가 전합니다.

북한에서 미군 군 번호라고 주장하는 금속 조각이 골동품처럼 높은 가격에 떠돌고 있다고 복수의 북한 소식통이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중국에 나온 함경북도 무역업자는 "밀거래자들은 중국을 오가는 사람들에게 미군 군번에 대해 빈번히 문의해오고 있다"면서 "심지어 인민군 장령들이 군번을 몰래 숨기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5일 전화통화에서 밝혔습니다.

이 무역업자는 "인민군 장령들은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해외를 왕래하는 정부 관리나 중개상인들을 통해 군번의 시세를 알아보고 있는데, 이들은 앞으로 때가 되면 군번이 상당한 가치를 가질 것으로 기대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한 때 미북간 유해발굴협상이 이뤄지면서 북한에서는 "(미군)군번 하나 찾으면 신세를 고친다"는 일확천금의 기대심리가 지배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시 유해골동발굴작업에는 판문점 대표부에서 파견된 북한군인들이 동원됐으며, "미국이 유골 한 구 당 100만 달러씩 주고 찾아간다"는 근거 없는 소문이 퍼지기도 했다고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유해발굴현장에서는 미군이 소유했던 결혼반지나, 군번줄, 만년필 등 각종 유품들이 추출되었는데, 이 중에 군 번호는 사망자의 신원을 확인해줄 수 있는 결정적 증거로 간주돼 가치상승을 부채질했다는 분석입니다.

1996년에 북한과 미국은 미군유해공동발굴사업에 합의하고, 평안북도 운산군 일대에서 작업을 벌여 220여구의 미군 유해를 발굴한 바 있습니다.

오바마 정부 들어서도 유해공동발굴작업에 합의했지만, 북한이 2012년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면서 전면 중단됐습니다.

한편, 평안북도 지방의 또 다른 소식통은 "신의주는 공화국 각지의 골동품이 가장 많이 모여드는 곳으로 유명한 데, 미군 군번도 적지 않게 떠돌아다닌다"면서 "그 중에는 진품도 있고 가짜도 많다"고 말했습니다.

군번의 진위 여부를 갈라보는 방법에 대해 그는 "이름과 번호가 똑같고 녹 쓴 것까지 비슷해 어느 게 진짜인지 식별이 어렵다"면서 "진짜라고 주장하는 금속 조각은 수만 달러까지 달라고 주장하지만, 실제로 거래됐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