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남측에서 발생한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해 북측이 위로의 뜻을 담은 전통문을 보냈습니다. 이에 앞서 북측은 남측 정부에 대북 정책의 전환을 촉구하는 '공개 질문장'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서울에서 이예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측의 위로 전통문은 23일 오후 4시께 판문점 연락관을 통해 남측에 전달됐습니다. 발신인은 조선적십자회 중앙위원회 위원장이고 수신인은 대한적십자사 총재입니다.
남측의 통일부는 “지난 16일 진도 앞바다에서 발생한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로 어린 학생들을 비롯한 수많은 승객이 사망하거나 실종된 데 대해 북한이 심심한 위로의 뜻을 표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앞서 북측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대북 정책을 전환할 의지가 있는지를 묻는 이른바 ‘공개 질문장’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하루 동안 북측은 남측을 상대로 두 가지 개별적인 신호를 보낸 셈입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 정부를 상대로는 '공개 질문장'을 보내서 정책 변화를 촉구하는 의미가 크고, 위로 전통문의 경우는 우리 국민을 상대로 소위 '우리민족끼리'에 입각한 정신을 보여주는 의미가 크지 않겠나 생각됩니다.
두 가지 신호에는 공통점도 있다고 장 연구원은 지적합니다. 남측을 상대로 관계를 개선할 여지가 있음을 보여줬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 같은 신호는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 일정에 맞춰 북한이 제4차 핵실험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는 가운데 나왔습니다.
엇갈린 해석이 가능한 대목입니다. 남측을 상대로 관계개선을 시도하는 듯 하면서도 핵실험도 동시에 준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북한이 아직 핵실험 실시 여부와 관련해 최종 입장을 정하지 못했음을 시사한다고 세종연구소 정성장 박사는 풀이합니다.
따라서 북측은 일단 한미 정상회담을 지켜본 후 핵실험을 포함한 차기 행보를 결정할 것으로 정 박사는 내다봤습니다.
북측이 세월호 참사에 위로의 뜻을 밝힌 것은 사고 발생 7일 만입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측의 위로 전통문에 대한 답신 문제에 대해 “특별히 현재로서는 우리 입장을 보내거나 하지는 않을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이 당국자는 북측의 ‘공개 질문장’과 관련해서도 “일일이 대응하지 않기로 입장을 정리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오전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5.24 대북제재 조치의 철회와 8월 ‘을지 프리덤 가디언’ 군사연습의 중단 용의가 있는지 등을 묻는 10개 항의 질문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낸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