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재개 북 비핵화 의지가 관건"

MC:

남한 청와대의 고위 관계자는 9일 “6자회담의 재개를 위해서는 천안함 문제보다는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갖고 있느냐 하는 게 중요한 조건”이라고 말했습니다. 어떤 의미가 있는지 서울의 박성우 기자와 함께 살펴봅니다.

진행자: 박성우 기자, 안녕하세요.

박성우: 네, 안녕하세요.

진행자: 청와대의 고위 관계자가 천안함 사태와 북핵 6자회담의 관련성에 대해서 말했지요? 구체적으로 설명을 좀 해 주시죠.

박성우: 지난 3월 천안함 사태가 발생한 이후로 한국 정부는 북한의 사과를 요구해왔지요. 당시 사태의 엄중함과 정부 당국자들의 단호함 때문에 북한의 사과가 남북관계의 진전과 북핵 6자회담의 재개를 위한 전제 조건처럼 인식됐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9일 “천안함 문제보다는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갖고 있느냐 하는 게 6자회담의 재개를 위한 중요한 조건”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발언이 처음 나온 건 아닙니다. 외교통상부에서도 이런 식의 발언이 예전에 나온 바 있지만, 청와대에서 이렇게 정리하고 나섰기 때문에 비중이 다르게 느껴지는 것이죠.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예전엔 천안함 사태에 대한 북한의 사과가 남북관계의 진전과 6자회담의 재개, 이 두 가지를 위한 조건으로 해석됐습니다. 그런데 청와대 관계자의 이날 발언대로라면, 이제는 북한의 사과가 6자회담의 재개를 위한 절대 조건은 아니라는 해석이 가능해졌습니다.

다만 여전히 남북관계의 진전을 위해서는 북한의 사과를 포함한 천안함 사태의 해결이 필요하다는 게 남한 정부의 입장입니다.

이날 청와대 관계자는 “현재로서 남북관계에는 천안함이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된다고 본다”면서,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가 6자회담의 재개 조건이 천안함 사태에 대한 사과라고 얘기하지는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발언의 내용을 자세히 따져보면, 북한의 사과가 ‘절대 조건’은 아니라는 거군요?

박성우: 그렇습니다. 절대 조건은 아니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걸 좀 달리 표현하면, 여전히 참고할 사항은 된다는 말이죠. 이날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천안함 문제는 (6자회담 재개의) 직접적인 조건이라고 내세우지는 않는다고 해도 북한의 진정성을 판단하는 중요한 지표 중의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청와대 고위 관계자의 이날 발언은 어떤 배경에서 나온 겁니까?

박성우: 천안함 사태 직후에는 모두가 감정적으로 격앙된 상태였지요. 그런데 시간이 좀 지나고 보니까 이젠 좀 냉정하게 현 상황을 한 번 되돌아 보자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는 겁니다. 다시 말해서, 6자회담과 천안함 사태가 본질적으로 사안의 성격이 다르다는 걸 설명하는 논리가 이제는 공론화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6자회담은 관련국이 6개국인 다자회담이고, 또 이 회담은 북핵 문제를 다루자는 게 목적인 만큼, 이걸 남북 간의 양자 문제인 천안함 사태와는 분리해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죠.

진행자: 그럼 6자회담의 재개를 위해서 북한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요?

박성우: 미국이나 한국이 명시적으로 요구한 건 없습니다. 이날 청와대 관계자도 “구체적으로 말할 수 있는 건 아니다”라면서 “하지만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의지가 있으면 보일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알아서 하라는 것이죠.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북한이 비핵화의 의지를 보여주면 우리가 (진정성이 담긴 것인지) 판단해야 한다”면서 “일단 아직은 북한의 말이나 행동에서 ‘이 사람들에게 비핵화의 의지가 있구나’ 라고 판단할 만한 것은 없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정리하자면, 북한이 뭔가 행동을 보여야 한다는 건데요. 예를 들자면, 북한이 핵 시설에 대한 불능화 조치를 재개한다든지, 강제 추방했던 국제원자력기구의 사찰단이 영변 핵시설로 다시 복귀하도록 한다든지, 이런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겁니다.

북한이 이렇게 의지를 보이면, 회담을 시작할 수 있다는 건데요. 하지만 회담이 시작되고 나서 북한이 만약 비핵화에 대한 논의를 하는 게 아니라 기존 주장대로 평화체제를 조기에 구축하자는 등 한발 앞서가는 요구를 한다면 6자회담의 진전은 이뤄지기 힘들다는 게 남한 정부 당국자들의 말입니다.

진행자: 잘 알겠습니다. 박성우 기자, 수고했습니다.

박성우: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