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과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13일 서울 청와대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나진-하산 물류협력사업'과 관련한 양해각서를 체결했습니다. 또한 양국 정상은 북한의 비핵화 문제도 논의했지만, 북핵 6자회담의 재개 문제를 놓고 미묘한 입장차이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과 러시아가 북한의 나진항과 러시아 극동지역의 하산을 연결하는 54km 구간의 철로 개보수와 나진항 현대화 사업에 협력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체결했습니다.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과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서울에서 13일 정상회담을 갖고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하는 공동성명을 채택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첫째, 우리 두 정상은 양국간 실질 협력 사업을 구체적으로 추진해 나가기로 하였습니다. 특히 나진-하산 물류협력 사업과 관련해 양국 기업들의 향후 협력을 위한 MOU 체결을 환영하고, 이 사업이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장려해 나가기로 합의했습니다.
나진-하산 물류협력 사업은 남한이 북한에 우회적으로 투자하는 방안을 허용하는 셈이기 때문에 한국 정부의 5.24 대북제재 조치에 정책적 변화가 생긴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2010년 3월 천안함 사태 이후 한국 정부가 취하고 있는 5.24 조치는 대북 교류, 교역, 투자를 전면 중단하는 내용이 핵심입니다.
통일부 박수진 부대변인은 “5.24 조치에 대한 정부의 기존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사실상 우회로를 열어두게 된 만큼, “남측이 5.24 조치의 틀은 유지하면서, 이를 탄력적이고 유연하게 적용할 가능성은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의 임을출 연구교수는 풀이했습니다.
‘나진-하산 물류협력 사업’ 양해각서는 한국 기업인 코레일과 포스코, 현대상선 3개사가 2천100억원, 즉 미화로 2억달러 가량을 투자해 러시아 측 지분을 절반 정도 인수하면서 사업에 참여한다는 내용이 핵심입니다.
나진과 하산을 연결하는 철도의 개보수 공사는 지난 9월 이미 끝났고, 나진항 3호 부두 현대화 사업은 올해 말 완공을 목표로 진행 중입니다.
이밖에 이날 정상회담에서는 양측은 극동지역 항만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 그리고 한반도종단철도와 시베리아횡단철도 건설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 체결에 각각 합의했습니다.
또한, 양측은 관광이나 사업을 목적으로 60일 이하 단기로 상대국을 찾는 방문객에게 비자를 면제해 주는 협정에도 서명했습니다.
한국은 러시아와 비자 면제협정을 체결한 31번째 국가가 됐습니다. 러시아는 미국, 중국, 일본, 그리고 유럽의 대다수 국가와 아직 비자 면제 협정을 맺지 않은 상태입니다.
한편, 양국 정상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북핵 6자회담의 재개 문제와 관련해 미묘한 입장차이를 보였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한반도에서의 평화와 모든 국가를 위한 대등한 안전 보장” 문제를 다루는 중요한 대화체가 6자회담이라면서 대화를 먼저 재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북한이나 중국의 주장과 일맥상통합니다.
푸틴 대통령: 이와 같은 문제는 오로지 정치적, 외교적 방법으로만 해결할 수 있습니다. 6자회담의 틀 안에서 이런 문제의 해결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러시아는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를 지지하고 있습니다.
반면, 박근혜 대통령은 기자회견장에서 6자회담의 재개 여부나 필요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도 박 대통령은 “북한의 핵 불용 및 북한이 어떠한 경우에도 핵 보유국의 지위를 가질 수 없다는 점과, 북한이 유엔 안보리 결의 및 9.19 공동 성명을 포함한 비핵화 관련 국제 의무와 공약을 성실히 준수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 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과 미국, 그리고 일본은 북한이 비핵화 사전 조치를 먼저 취해야 6자회담을 재개할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푸틴 대통령의 방한은 2001년과 2005년에 이어 이번이 세번째입니다. 또한 푸틴 대통령은 한반도를 둘러싼 이른바 4강 국가의 수반 중 한국을 찾아 정상회담을 가진 첫번째 대통령이 됐습니다.
박근혜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지난 9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 (G20) 정상회의에 이어 이번이 두번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