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 여사가 5일 방북 일정을 시작했습니다. 이 여사는 "분단 70년의 아픔과 상처를 치유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이예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이희호 여사가 5일 서울 김포공항에서 18명의 수행원과 함께 전세기를 타고 서해 직항로를 이용해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이번 방북은 김정은 제1위원장의 초청으로 이뤄졌습니다. 올해 93세인 이 여사는 이번 3박 4일간의 방북 일정이 남북관계 개선에 보탬이 되길 희망했습니다.
김성재 김대중평화센터 이사: 특별히 이희호 여사님께서는 우리 민족이 분단 70년의 아픔과 상처를 치유하고 6·15 정신으로 화해 협력하면서 사랑하고 평화롭게 서로 왕래하면서 사는 민족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평양을 가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박한수 김대중평화센터 기획실장은 “이 여사가 방북 첫날에는 평양산원을, 둘째 날에는 애육원(고아원)을 방문하며, 셋째 날 묘향산을 관광한 뒤 넷째 날 귀국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관심의 초점은 이희호 여사와 김정은 제1위원장의 면담이 이뤄질 것인지 여부에 맞춰지고 있습니다. 김대중평화센터 관계자는 “김 제1위원장과의 면담과 관련해선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방북은 김 제1위원장이 지난해 말 친서로 이희호 여사를 초청했기 때문에 이뤄진 것이어서 면담 성사 가능성이 주목 받고 있습니다. 다만 면담이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남북관계 개선으로 이어지긴 힘들지 않겠느냐는 지적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원의 한 전문가는 “이번 방북단에는 관계개선을 위해 정치력을 발휘할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했습니다. 방북단에는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나 임동원·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등이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한국 정부도 이희호 여사의 방북이 “개인 자격”으로 이뤄지는 것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방북단에는 정부 관계자가 포함되지도 않았으며, 지난 3일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이희호 여사를 예방했을 때도 별다른 대북 전언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여사가 평양을 방문한 건 2000년 6월 남북 정상회담과 2011년 김정일 국방위원장 장례식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입니다. 이희호 여사는 서울로 복귀하는 8일 김포공항에서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