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제2차 고위급 접촉이 사실상 불발된 가운데 남한 정부는 18일 북측의 "조속한 호응"을 다시 한 번 촉구했습니다. 또한 남한 정부는 개성-평양간 고속도로와 개성-신의주 철도의 개보수를 검토해 나가겠다고 밝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의지를 표명했습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남한의 통일부는 고위급 접촉 제안과 관련해 북측이 18일 오후 4시 판문점 남북 연락통로가 마감될 때까지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이로써 19일 판문점에서 제2차 남북 고위급 접촉을 갖자는 남측의 지난 11일 제안은 사실상 불발됐습니다.
하지만 남측은 북측이 날짜를 수정해서라도 이번 제안을 받아들일 것을 촉구했습니다. 18일부터 29일까지 진행되는 한미 ‘을지프리덤가디언’ 연습 기간 동안에 대화하기가 껄끄럽다면 날짜를 바꿔도 좋다는 뜻입니다.
남측은 이번 당국간 대화가 이뤄진다면 5.24 대북제재 조치의 해제 문제를 포함해 북측이 원하는 모든 현안을 다룰 수 있다는 입장을 다시 한 번 확인했습니다.
김의도 통일부 대변인: 북한이 책임있는 자세를 보인다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어떠한 현안도 논의할 수 있을 것입니다. 북한이 남북 고위급 접촉에 하루 속히 호응해 나올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합니다.
또한 통일부는 이날 국회 업무보고를 통해 제2차 남북관계발전 기본계획의 2014년도 시행계획을 발표하고 5.24 대북제재 조치로 중단된 남북 경협을 순차적으로 재개할 수 있다는 방침을 제시했습니다.
시행계획에는 “여건”이 마련되면 올해 안에라도 호혜적 경제협력 차원에서 개성∼평양 고속도로와 개성∼신의주 철도의 개·보수 사업 등의 이행을 검토해 나가겠다는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이처럼 남측은 북측이 대화 제안을 받아들일 것을 촉구하는 동시에 “여건”이 충족될 경우 5.24 대북 제재의 해제 이후에 이행할 사업까지도 검토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만 이날도 남측은 제재의 해제는 그냥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을 재확인했습니다. 국회에 출석한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5.24 조치는 지난 2010년 북한의 천안함 도발에 의해 빚어진 결과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북측의 책임있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류 장관은 “5.24 조치의 해제가 필요하다고 한다면 남북이 서로 회담을 하고 그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고도 말했습니다. 대화도 없는 상태에서 남한 정부가 “일방적으로 조치를 해제하는 것은 생각하기 힘들다"고 류 장관은 덧붙였습니다.
통일부는 “북측의 책임있는 조치”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조치”여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어 북측의 사과나 유감 표명 등을 뜻하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남측은 올해 초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 대박’ 발언에 이어 통일 구상인 ‘드레스덴 선언’ 발표, 그리고 ‘통일준비위원회’ 출범 등을 거쳐 독자적인 통일 준비 작업에 박차를 가하면서 북측에 대화를 제안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측은 남측의 이 같은 움직임을 ‘흡수 통일’ 시도로 간주해 반발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