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남북관계 개선 의지 안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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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남북대화와 교류에 앞서 이른바 '5.24 대북제재'를 해제하라고 한국 측에 요구했습니다.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설 연휴에 이산가족상봉을 원하면 제재를 먼저 해제하라는 것인데 한국 정부는 난색을 표하고 있습니다. 양성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은 최근 미국과의 대화를 요구하면서 한미 합동군사 훈련을 중단하면 핵실험을 중단할 수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 측에는 한미 합동군사 훈련과 대북전단 살포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던 북한이 이번에는 남북대화와 교류의 조건을 하나 더 내걸었습니다.

2010년 북한의 천안함 폭침에 대응해 한국이 취한 이른바 ‘5.24 대북제재’ 조치를 먼저 해제해야 이산가족상봉에 나설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23일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의 말입니다.

조평통 대변인:남조선 당국이 인도주의 문제에 진심으로 관심이 있다면, 말로만 이산가족 문제를 떠들지 말고 대결을 위해 고의적으로 만들어 놓은 차단 조치부터 제거해야 한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이를 즉각 반박하면서 북한 측 태도를 비난했습니다.

북한이 순수 인도주의 사안인 이산가족 문제를, 이와 전혀 무관한 5.24조치 해제와 연계한 점이 유감스럽다는 것입니다.

한국 정부는 이미 북한과 대화가 재개되면 이산가족 문제뿐만 아니라 5.24조치 등 북한이 관심이 있는 사안들도 협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은 부당한 전제 조건을 달지 말고 한국 측 대화 제의에 응하라고 거듭 촉구했습니다.

이번 북한 측 주장에 대한 미국 내 시각도 차갑습니다.

한미 합동군사 훈련 중단과 핵실험 중단을 부적절하게 연계하고 있는 북한이 이번에는 이산가족 상봉과 대북제재 해제를 연계하며 억지를 부리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조나단 폴락 박사는 최근 북한의 행태를 보면 미북관계는 물론 남북관계 진전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란 반응을 나타냈습니다.

폴락 박사: 북한은 변하지 않습니다. 북한이 5.24제재 조치를 해제하라는 게 놀랍지 않고 한국이 이 요구를 아무 조건 없이 받아들일 것 같진 않습니다. 남북관계에 별다른 진전이 없을 것으로 봅니다.

이런 가운데 다음 달 18일부터 시작되는 설 연휴엔 한국 정부가 원하는 이산가족상봉 행사 개최가 어려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3월 초부터는 연례 한미 합동군사 훈련이 예정돼 있어 그 전에 남북대화가 재개되지 못하면 연초 제기됐던 남북정상회담 가능성 등 남북관계 개선 분위기가 크게 위축될 것이란 분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