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남북한이 또한차례 설전을 이어갔습니다. 이번엔 북측이 박근혜 대통령의 실명까지 거론해, 설전의 강도가 높아졌습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이 최소한의 예의마저 저버렸다며 무례한 행위를 하지 말 것을 촉구했습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남북 간 설전의 도화선은 북측이 당겼습니다.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네덜란드, 즉 화란에서 열린 제3차 핵안보정상회의에서 북한의 비핵화를 강조한 데 대해 북측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27일 박 대통령의 실명까지 거론하며 원색적으로 비난했습니다.
지난달 14일 남북간 고위급 접촉에서 상호 비방중상을 중단하기로 한 합의를 박 대통령이 깼다는 겁니다.
북한 비핵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핵·경제 병진노선을 비판한 박 대통령의 발언을 북측이 ‘비방’과 ‘중상’으로 받아들였다는 게 눈에 띕니다. 최근까지도 북측은 비방중상 합의 위반 사례로 남측 민간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 등을 거론한 바 있습니다.
북측의 박근혜 대통령 실명 비난에 대한 남측의 반박도 그 강도가 만만치 않습니다.
통일부는 북측이 “상대방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마저 저버렸다”며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이 같은 “무례한” 행위를 하지 않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처럼 양측이 설전을 이어갔지만, 이 때문에 남북관계가 당장 더 악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다수의 전문가들은 내다봤습니다. 우선 북측이 박 대통령의 행보를 “계속 지켜볼 것”이라고 말해 관계개선의 여지를 남겼기 때문입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북한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이러한 비난에도 불구하고 남북간 고위급 접촉의 합의 사항을 무효화, 백지화한다는 선언은 하지 않았기 때문에 너무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독일에 머물고 있는 박 대통령은 북한과 관련한 중대 발언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게다가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은 대박’이라는 발언에 이어 통일준비위원회까지 출범하려 하는 마당이어서 북측으로선 남측의 대북 정책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북한의 비핵화를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이상 핵·경제 병진노선을 추구하는 북한으로서는 전략적으로 남측과 각을 세울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익명을 요구한 북한 문제 전문가는 “박근혜 대통령이 독일에서 내놓을 대북 발언을 들어보지도 않은 상태로 북측이 이날 박 대통령을 실명비난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북측은 이날 박 대통령을 비난하면서 “전조선반도 비핵화는 있을 수 있어도 일방적인 '북한 비핵화'란 절대로 있을 수 없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습니다.
북측이 박근혜 대통령을 실명으로 비난한 것은 지난달 14일 남북간 고위급 접촉 이후 이번이 처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