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남북이 12일 판문점 남측 지역 '평화의 집'에서 가진 '고위급 접촉'이 아무런 합의 없이 종료됐습니다. 결국에는 북측이 한미 군사훈련을 문제삼은 게 걸림돌이 됐습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박근혜 정부 들어 처음 열린 남북간 '고위급 접촉'이 14시간 가까이 진행됐지만 아무런 합의 없이 끝났습니다.
다만 이날 논의한 사안들을 "지속적으로 협의"하기로 해 남북간 대화의 불씨는 살렸습니다.
이날 차관급 접촉에는 남측의 김규현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과 북측의 원동연 로동당 통일전선부 제1부부장이 각각 수석대표로 참석했습니다.
김규현 1차장은 회담장으로 출발하기 전 기자들에게 "의제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새로운 한반도를 여는 열린 자세로 회담에 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김규현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 남북관계 사안을 중심으로 하게 돼 있습니다만, 우리로서는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합의된 대로 잘 될 수 있도록 하는데 우선적인 중점을 두고자 합니다.
이날 논의는 양측이 서로 제기하고 싶은 의제를 내놓고 각각의 입장을 개진하는 일종의 탐색전으로 시작됐습니다. 회의장 분위기도 "좋았다"고 남측 관계자는 말했습니다.
하지만 결국은 북측이 한미 군사훈련을 문제삼은 게 걸림돌이 됐습니다.
북측은 오는 24일부터 시작될 예정인 한미 군사훈련을 "이산가족 상봉 행사 이후로 연기할 것을 요구했다"고 통일부는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남측은 "순수한 인도주의적 문제와 군사적 사안을 연계시켜서는 안된다"며 "북측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했다"고 통일부는 덧붙였습니다.
한미 연합 '키 리졸브' 연습은 2월 24일부터 3월 6일까지, '독수리' 연습은 2월 24일부터 4월 18일까지 실시됩니다.
이번 훈련은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20일부터 25일까지 금강산에서 열릴 예정인 가운데 치러집니다. 특히 이산가족 상봉 일정의 마지막 이틀이 한미 군사훈련 일정과 겹치는 점이 주목됩니다.
오랜만에 성사된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도 북측이 한미 군사훈련을 트집잡음에 따라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일정대로 진행될 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남측은 이산가족 상봉행사의 차질없는 개최가 남북관계 개선의 첫단추임을 강조하면서, "상봉 행사의 이행을 통해 남북간 신뢰를 쌓아나가자"고 제안했다고 통일부는 밝혔습니다.
북측은 지난 8일 남북 고위급 대화를 전격 제안했고 이후 양측은 물밑 접촉을 통해 차관급 대화를 11일에 갖기로 합의한 바 있습니다.
이번 남북 대화는 2007년 12월에 열린 장관급 회담 이후 7년 만에 이뤄지는 고위급 접촉이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박성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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