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남북당국회담이 무산된 이후 북측이 처음으로 공식 반응을 내놨습니다. "회담에 미련이 없으며, 대화가 무산된 것은 전적으로 남측의 책임"이라는 겁니다. 한국 정부는 북측의 주장을 반박하면서 북측이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습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당국회담 결렬 3일째인 13일, 남북 양측이 책임공방을 벌이고 있습니다. 시작은 북측이 먼저 했습니다.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이날 대변인 담화에서 북측은 “당국회담에 털끝만한 미련도 가지지 않는다”면서 남측이 “전적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공방의 핵심은 수석대표의 급(級)입니다. 조평통은 회담 준비 과정에서 남측이 “통일부 장관을 회담에 내보낼 것을 확약했음에도 회담 직전에 수석대표의 급을 낮췄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북측이 사실을 “왜곡”했다고 지적했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측이 통일전선부장을 단장으로 내보내지 못할 사정이 있으면 남측은 그에 상응해서 수석대표를 내보내겠다고 실무접촉 당시 북측에 설명했다"고 말했습니다.
통일부는 또 북측이 실무접촉 내용을 “일방적으로” 공개한 것에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북측은 지난 2011년에도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과 관련해 열린 남북 당국 간 비밀접촉의 내용을 폭로한 바 있습니다.
남북문제 전문가들은 남북 양측의 책임공방이 당국간 대화 재개를 위해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합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 오랜만에 마련된 남북 당국간 대화가 시작도 하기 전에 격(格) 문제를 둘러싸고 서로 책임공방을 하는 것은 향후 남북관계의 원상회복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남측은 당국회담 성사를 위한 수정제의를 하지 않겠다고 12일 밝힌 바 있고, 북측도 이날 제시한 공식 담화에서 회담에 회의적 입장을 보임에 따라 남북관계의 경색 분위기는 한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판문점 연락통로도 이틀째 가동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전문가들은 남북이 대화의 여지는 남겨놓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면서, 양측의 책임공방이 극단적인 대립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남측 통일부는 이날 "북한이 성의를 갖고 책임있게 남북 당국 대화에 호응해 오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북측도 조평통 대변인 담화를 통해 남측 정부를 비난하긴 했지만, ‘당국간 대화 중단’ 등의 표현은 사용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