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고위급 접촉 사흘째 강행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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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판문점에서 열리고 있는 남북 고위급 접촉이 사흘째 강행군을 지속했습니다. 남한의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도발에 대한 북한의 확실한 사과와 재발 방지가 필요하다는 원칙적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측의 비무장지대(DMZ) 지뢰 도발과 서부전선 포격 도발로 높아진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남북 고위급 접촉이 24일 사흘째 강행군을 이어갔습니다. 연 이틀 밤샘 협상이 진행되고 있어 합의문이 도출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남측 청와대가 언급한 이번 협상의 핵심 사항은 북한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입니다. 그러나 북측은 지뢰 도발과 포격 등을 자신들이 한 게 아니라고 부인하고 있어 협상이 난항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측 국방위원회는 지난 14일 정책국 담화를 통해 목함지뢰 도발 사건을 남측의 ‘자작극’으로 몰면서 증거를 내놓으라고 요구했고, 20일에는 군 최고사령부 긴급보도를 통해 DMZ 남쪽으로 포탄을 발사한 사실 자체를 부인한 바 있습니다.

남측 박근혜 대통령의 입장은 단호합니다. 박 대통령은 24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이번 회담의 성격은 현 사태를 야기한 북한의 지뢰 도발 행위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가 가장 중요한 사안”이라고 말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국가 안보와 국민 안위가 걸린 문제기 때문에 과거와 같이 북한이 도발 상황을 극대화하고 안보의 위협을 가해도 결코 물러설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박 대통령은 “매번 반복돼왔던 도발과 불안 상황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확실한 사과와 재발 방지가 필요하다”면서 북한이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남한 정부는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고 확성기 방송도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남한은 최근 최전방 지역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을 11년만에 재개했습니다.

남측 국방부는 ‘지난 4일 남측 장병 두 명이 비무장지대 내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로 크게 다쳤으며 그 원인은 북한이 매설한 목함지뢰 때문’이라고 10일 발표하고, 이에 대한 “응징” 차원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북측은 남측의 확성기 방송을 문제 삼으며 군사적 대응을 위협했고 20일에는 서부전선에서 남측을 상대로 포격도발을 감행하자 이에 남측도 북측에 포탄 수십발로 대응사격 해 한반도의 긴장 수위가 높아졌습니다.

군사적 긴장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양측의 협상이 줄다리기를 계속하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 한 관계자는 “시간은 우리 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북한의 도발에 대해 언제든지 강력 응징할 수 있다는 것을 북한측도 이번에 새삼 깨달았기 바란다”며 “시간은 우리편이고, 우리가 조급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고 밝혔다고 연합뉴스가 전했습니다.

이 같은 맥락에서 남측은 북측이 무한 반복하고 있는 “도발의 악순환”을 이번 기회에 끊어버리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남측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도발로 위기를 조성한 뒤 시인이나 사과 없이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고 보상을 받은 다음 다시 도발하는 이른바 ‘도발의 악순환’을 이번 회담을 계기로 끊어버리겠다는 원칙을 박근혜 대통령이 갖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도발의 악순환’을 끊어야 남북관계의 지속발전 가능한 틀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게 박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습니다.

실제로 박 대통령은 이날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북한의 그 어떤 도발도 강력히 응징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이번에 대화가 잘 풀린다면 서로 상생하면서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협상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서도 북측은 대남 압박과 위협의 수위를 더 높였습니다. 남측 국방부는 북측이 최전방에 배치한 포병 규모가 회담 전에 비해 2배 정도 늘었고 북측 잠수함의 70% 정도가 기지에서 사라진 상태라고 밝혔습니다.

이에 남측도 대북 압박 조치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군의 이른바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배치하는 방안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하기 시작한 게 눈에 띕니다. 전략자산은 항공모함이나 핵잠수함, 핵폭격기 등을 뜻합니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 미군의 전략자산에 대해서 관심이 많으신데, 지금 입장은 ´한미는 지금 현재 한반도의 위기상황을 지속적으로 주시하면서 미군의 전략자산의 전개시점을 탄력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이렇게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김 대변인은 “한미 양국은 북한이 도발할 수 없도록 강력한 대비 태세를 갖추는 한편 도발시 가혹할 정도로 대응함으로써 감히 도발하지 못하도록 협조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남북 접촉이나 회담에서 양측 대표단이 장시간 협상하는 사례는 자주 있었지만, 이번처럼 이틀 연속 밤을 새워 협상하는 경우는 이례적입니다.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을 각각 수석대표로 하는 남북 대표단은 남한 시간으로 22일 오후 6시 30분께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이튿날인 23일 오전 4시 15분까지 밤새워 협상을 벌인 양측은 약 11시간 동안 정회한 뒤 같은 날 오후 3시 30분 접촉을 재개했고, 2차 접촉은 만 하루를 넘기며 지루한 샅바싸움을 지속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