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앞으로 남북 간에 2차 고위급 접촉이 열리게 되면 최우선 의제로 이산가족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남한의 통일부가 밝혔습니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의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평가하면서도 앞으로 진정성있는 행동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측 고위급 인사 3명의 남한 방문을 통해 제2차 고위급 접촉을 갖자는 합의가 이뤄진 가운데 이제 관심사는 의제를 무엇으로 할 것인가에 모아지고 있습니다. 남한의 통일부는 가장 시급한 사안이 이산가족 상봉인만큼, 이를 다시 한 번 의제로 제의할 것이라고 6일 밝혔습니다.
임병철 통일부 대변인: 일단 우리가 8월에 2차 고위급 접촉을 제의할 때부터 ´이산가족 문제가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다´라는 것을 이야기했기 때문에 당연히 이산가족 문제는 우리들이 제의, 제기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구체적으로는 상봉 정례화와 생사 전면 확인 등을 통해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을 찾는 방안을 논의하고자 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상봉 행사가 연내에 재개될 수 있을지는 불명확합니다. 임병철 대변인은 “그 시기를 정하는 데는 상봉의 시급성과 중요성이 충분히 고려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밖에 무엇을 더 의제로 삼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남측은 모호성을 유지합니다. 임 대변인은 남북이 “서로 관심을 갖고 논의하기 원하는 현안들에 대해서도 폭넓게 협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만 말했습니다.
그런데 북측이 “관심을 갖고 논의하기 원하는 현안”은 남한 정부의 5.24 대북제재 해제 문제와 금강산 관광의 재개 문제 등이기 때문에 남측은 이 같은 의제를 받아들일 수 있음을 간접적으로 밝힌 셈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제2차 고위급 접촉이 성사된다고 하더라도 대화 과정이 순조롭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봅니다. 천안함 사고로 시작된 5.24 제재는 북한의 진정성 있는 말과 행동 없이는 해제할 수 없다는 게 남한 정부의 기본 입장이기 때문입니다.
임병철 대변인은 6일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가 선행돼야 5.24 조치가 해제될 수 있다”고 재강조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도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이번에 남과 북이 제2차 고위급 접촉에 합의한 것은 향후 남북관계 개선의 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도 “북한도 이번 방한시에 언급한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를 진정성있는 행동으로 보여줄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또 “이번 방문을 계기로 남북이 대화를 통해 평화의 문을 열어나가기를 바란다”며 “이번 고위급 접촉이 단발성 대화에 그치지 않고 남북대화의 정례화를 이뤄 평화통일의 길을 닦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토요일 북측의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최룡해 당 비서, 김양건 당 비서 등은 아시안게임 폐막식에 참여하기 위해 인천을 찾았고, 이를 계기로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류길재 통일부 장관 등과 만나 제2차 남북 고위급 접촉을 10월말에서 11월초 사이 남측이 원하는 시기에 갖는 데 합의했습니다.
구체적 시기를 정하기 위한 논의는 아직 시작되지 않고 있습니다. 통일부는 “앞으로 실무적인 사항을 검토해 남측의 입장을 북측에 전달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남북은 지난 2월 14일 판문점에서 제1차 고위급 접촉을 갖고 이산가족 상봉 행사 개최와 상호 비방중상 중단 등에 합의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북측은 한미 군사훈련과 남측 민간단체의 삐라 살포 등을 이유로 들며 후속 접촉을 거부해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