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군사 당국자 비공개 접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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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남북 군사 당국자 비공개 접촉이 15일 판문점에서 열렸지만, 입장차가 커 아무런 합의 없이 끝났습니다. 한편, 남측은 제2차 고위급 접촉을 오는 30일에 갖자고 북측에 제안했습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남북은 15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 10분까지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군사 당국자 접촉을 비공개로 가졌다고 남한의 국방부가 밝혔습니다.

양측의 군사 당국 간 공식 접촉은 지난 2011년 2월 실무회담 개최 이후 3년 8개월 만입니다.

남측에서는 류제승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이 수석대표로, 북측에서는 김영철 국방위원회 서기실 책임참사 겸 정찰총국장이 단장으로 참석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양측은 7일 서해에서 이뤄진 남북 함정간 교전과 10일 대북전단 살포 이후 발생한 남북간 총격 문제 등을 논의했습니다.

북측은 자신들이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서해 경비계선’ 내 남측 함정의 진입 금지와 대북전단 살포 중단을 포함한 비방·중상 중지를 요구했고, 이에 남측은 북측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준수해야 하고 자유 민주주의의 특성상 민간 단체의 대북전단 날리기를 통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고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전했습니다.

양측이 입장차만 확인한 셈입니다. “이번 접촉에서 차기 회담 일정이나 별도의 합의 사항은 없었다”고 김 대변인은 덧붙였습니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 오늘 회담 분위기는 서로 남북이 관계를 개선해야 되겠다는 의지가 있어서 매우 진지하게 이루어졌습니다. 하지만 처음 접촉하는 것인 만큼 상호 간에 입장 차이가 있어서 좁히지를 못했습니다.

이날 접촉은 북측이 먼저 제안했습니다. 북측은 지난 7일 오후 국방위원회 명의의 전통문을 청와대 국가안보실로 보내 서해에서 북측 경비정과 남측 함정간 사격이 오간 일과 관련해 군사당국 접촉을 갖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날 군사 당국자 회동은 남측이 오는 30일 판문점 북측 지역 ‘통일각’에서 제2차 고위급 접촉을 갖자고 제의한 가운데 이뤄졌습니다. 이 제안은 지난 13일 북측에 전달됐으며, 북측은 아직 답변을 보내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남북 양측은 황병서 총정치국장을 포함한 북측 고위급 3인방이 지난 4일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에 참여하기 위해 남한을 찾았을 때, 이달 말에서 다음달 초 사이 고위급 접촉을 갖기로 합의한 바 있습니다.

북한 문제 전문가들은 최근들어 북측이 남측에 회담을 제안하는 형식에 변화가 발견된다고 지적합니다.

김동엽 극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최근 들어 북측은 남북간 안보 현안을 국방부나 통일부가 아니라 청와대와 직접 논의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북측 국방위원회가 청와대 국가안보실을 대화 상대로 상정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지난 2월 8일에도 북측 국방위원회는 남북 고위급 접촉을 제안하는 통지문을 청와대 국가안보실 앞으로 보냈고, 나흘 뒤 제1차 고위급 접촉이 성사됐습니다.

또한 이명박 정부 마지막 해인 2012년 10월에도 북측은 국방위원회 명의의 통지문을 청와대로 보내 군사 실무회담을 갖자고 제안했으며, 이후 비밀리에 몇차례 회담이 열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