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무부 관리 “당장은 북한 비핵화보다 상황 안정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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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재개된 남북한 대화에서 당장 비핵화 논의를 거론하는 것은 시기 상조라는 미국 전문가의 주장이 나왔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미국 국무부 정보조사국(Bureau of Intelligence and Research) 동북아시아과장을 지낸 로버트 칼린 미국 스탠퍼드대학 국제안보협력센터 객원연구원은 11일 지금 현재 북한과의 대화에서 중요한 것은 동북아시아에서 핵 전쟁을 막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칼린 연구원: 비핵화는 미래의 목표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우리가 현재 직면한 문제는, 의도적이든 우발적이든, 동북아에서 핵전쟁 위험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도록 상황을 충분히 안정화시켜 재앙을 막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칼린 연구원은 북한을 공식적인 핵 국가로 받아들여야 할 필요는 없고, 당연히 비핵화라는 궁극적 목표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현 핵 개발 단계에서 즉각 핵 프로그램을 되돌린다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에 ‘비핵화’를 전제로 해서 대화를 시작할 수는 없다는 지적입니다.

칼린 연구원은 이날 미국 북한전문웹사이트 38노스가 개최한 ‘판문점 이후(After Panmunjom)’을 주제로 한 전화 기자설명회에서 5년이나 10년 전과는 북한의 핵개발 상황이 달라졌다며 이 같이 말했습니다.

최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한 고위급 회담 참석자의 면모나 현재 협상 단계 등을 고려할 때 한국 측의 핵 문제 논의 제안에 북한이 부정적 반응을 보인 것은 핵을 포기 하지 않겠다고 주장해 온 북한의 수사적 논리와 근본적 차이가 없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칼린 연구원: 북한의 입장 변화는 없습니다. 우리가 지금 지나치게 우려할 사항은 아닙니다. 결국 그 문제를 다루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협상 단계에서 너무 빨리 그 문제를 논의하려 하면 모든 일을 그르칠 수 있습니다.

칼린 연구원은 북한 측의 정확한 표현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핵 문제는 한국이 아닌 미국과 논의할 문제라는 것을 말하려는 의도였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한편, 국무부 북한담당 관리 출신인 조엘 위트 ‘38노스’ 운영자도 이날 토론회에서 지금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열린 긴장 완화의 기회의 창(window of opportunity)을 미국이 잘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한미연합훈련을 좀 더 연기한다든지 훈련 규모를 축소하고, 북한은 핵과 미사일 실험을 중단한다든가 혹은 미북 지도자가 상대방에 대한 비방을 자제하는 등 과거 경험으로 미뤄 대화에 탄력을 받았을 때 추진력을 잃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