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미국 국무부는 한국 정부가 북한에 군사당국회담과 적십자회담을 제안한 데 대해 직접적인 반응은 자제하면서도 한국 정부와 긴밀히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양성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미국 국무부의 카티나 애덤스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대변인은 17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한국 문재인 정부의 대북 대화 제안에 대한 보도를 알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애덤스 대변인은 구체적인 사안은 한국 정부에 문의하라면서도 미국은 한국 측과 긴밀한 협의를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We maintain close consultation with the ROK government.)
애덤스 대변인은 남북대화가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강화 움직임에 방해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즉답을 피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6월 한미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최대한의 대북 압박을 위해 기존 제재와 새로운 제재를 완벽(fully)하게 이행한다는 데 합의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애덤스 대변인은 미국 정부가 북한에 대한 외교적, 경제적 압박을 가하기 위해 한국 측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The U.S. has worked closely with the ROK government to exert diplomatic and economic pressure on the DPRK.)
그러면서 한미 양국은 앞으로도 유엔 회원국 모두가 안보리 대북 결의를 신속하고 완벽히 이행할 것을 지속적으로 촉구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한국 정부의 남북대화 움직임이 자칫 최대한의 대북압박을 통해 북한을 핵폐기 협상에 끌어내려는 국제사회의 노력과 상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주 워싱턴 DC를 방문해 각계 인사를 접촉했던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의 김현욱 교수는 미국 측과의 긴밀한 조율만 선행된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김현욱 교수 : 한미 정상회담에선 한반도 문제를 한국이 주도하겠다는 점에 합의를 했고, 그래서 대화하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남북대화가 미국도 모르게 갑자기 진전되는 것에는 우려가 있을 수 있습니다. 아마 그런 문제는 없을 것이고 미국 측도 이해하고 있을 것입니다.
남북한이 이산가족 상봉 문제나 군사분계선 관련 긴장 완화를 논의하는 것에는 별 문제가 없지만 그런 대화 과정에서 북한이 역제안할 수 있는 한미 군사훈련 중단, 5.24조치 해제 등 그 후속조치와 관련해선 한미 양국이 긴밀히 조율해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김 교수의 지적입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켄 고스 해군분석센터(CNA) 국제관계국장은 북한이 이번 문재인 정부의 대북 대화 제안을 수용하는 것이 더 유리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고스 국장은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은 대화 수용을 통해 중국 측 기대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고 남북대화에서 주도권을 잡게 될 뿐만 아니라 북한 내부에도 한국 측이 핵미사일 강국인 자신과 대화를 간절히 원하고 있는 것처럼 선전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북한이 남북대화에 나선다해도 핵 관련 문제는 논의하지 않을 것이며 한미군사훈련 중단과 탈북자의 송환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습니다.
한편 중국 외교부의 루캉 대변인은 17일 문재인 정부의 대북대화 제안과 관련해 남북대화를 통한 상호 관계 개선은 한반도 정세 완화에 도움이 된다며 환영했습니다.
반면 일본 외무성의 마루야마 노리오 대변인은 이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기자들에게 지금은 북한에 압박을 가할 때지 대화를 할 때가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지금은 북한이 보다 심각한 대화(serious dialogue), 즉 핵포기 문제를 논의하는 협상에 나오도록 대북 압박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려야 할 때라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