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한국 정부가 남북간 현안 가운데 군사와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우선적으로 추진한 것은 사안의 시급성을 고려한 조치로 평가됩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회담 제의에 대해 조건을 내걸면서 실리를 극대화하려 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정부가 17일 북한에 군사회담과 적십자회담을 제안한 데 대해 한국의 전문가들은 가장 시급한 남북관계 현안을 토대로 단절된 관계 복원을 위한 시동을 건 조치로 평가했습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두 사안을 한반도 긴장완화와 남북 협력을 위한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강조했습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남북이 군사회담을 통해 군사분계선 일대의 우발적 충돌 위험을 막고 긴장을 완화하는 것 자체가 한반도 평화구축을 위한 중요한 첫걸음이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북한과의 공식, 비공식 연락 채널이 전무한 상황에서 군사분계선에서의 우발적 충돌이 자칫 대규모 군사 충돌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에섭니다.
따라서 이번 회담 제의가 남북이 고조된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공존과 화해협력의 방향으로 나아가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18일 평가했습니다.
지난 해 2월 개성공단 가동이 중단된 이후 현재 남북간 통신선은 모두 끊긴 상태입니다.
한국 정부가 군사회담을 제의하면서 ‘서해지구 군 통신선을 복원해 회신해달라’며 이례적으로 답신 방식을 언급한 것도 단절된 남북 간 통신선을 복원하겠다는 한국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이산가족 상봉 역시 시급한 과제입니다.
현재 한국에 있는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는 13만 명으로, 이 가운데 생존자는 6만 여명에 불과합니다. 이들 가운데 10명 중 6명이 80대 이상의 고령자로, 해마다 3천여명이 사망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산가족의 고령화’라는 사안의 시급성을 감안해 이산가족 전원 상봉을 대통령선거 공약으로 내세웠습니다.
여기에다 두 사안 모두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점도 제의의 배경으로 분석됩니다.
관건은 북한의 호응 여부입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대화 제의를 전면 거부하기보다는 조건을 달거나 제한적으로 수용함으로써 실리를 극대화하려 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북한이 최근 노동신문 개인필명 논평을 통해 ‘베를린 구상’을 조목조목 비판하면서도 비판의 수위를 조절했다는 점에서 한국 정부의 제의를 전면 거부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입니다.
신범철 국립외교원 교수 : 북한은 향후 자신들에게 유리한 것을 취사선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핵 문제의 경우 북한은 미국과 협상하겠다는 입장인 만큼 남북 간에 핵 문제가 논의되는 것을 차단하려 할 것으로 보입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북한이 그 동안 확성기 방송이나 전단을 이용한 ‘최고 존엄’ 비방에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다는 점에서 이를 논의할 군사당국회담에 응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군사분계선에서의 상호 비방과 적대행위 중단의 경우 북한이 가장 원하는 것이므로 군사회담에 응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북한의 경우 정치외교군사적인 협상은 북 핵을 빌미로 미국과 하고 남북관계에서는 실리를 추구하겠다는 입장인 만큼 한국 정부의 제의를 전면적으로 거부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다만 북한이 그 동안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는 점에서 전제조건으로 군사훈련 중단 문제에 성의를 보일 것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국 정부 소식통은 북한이 다음 달에 실시되는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 중단과 같은 한국 정부가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을 내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산가족 상봉을 논의하기 위한 적십자회담은 성사가 더욱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입니다.
북한이 지난 해 4월 중국 내 북한 식당에서 일하다 탈북한 여종업원 12명과 한국에 입국했다 북송을 요구 중인 김련희 씨를 송환해야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성장 실장은 한국 정부가 북한에 억류 중인 한국과 미국 국민의 송환 문제와 북한으로의 귀환을 희망하는 탈북자 송환 문제를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