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사회주의 모자 벗으려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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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북한이 최근 청년동맹의 공식 명칭에서 '사회주의'를 빼버렸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을 이끌어갈 구호가 '김일성-김정일주의'로 바뀌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해석합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사회주의’와 ‘공산주의’는 과거 북한이 추구했던 통치이념이었습니다. 그러나 2009년 헌법 개정과 2010년 노동당 규약 개정에서 ‘공산주의’라는 용어는 삭제됩니다.

이젠 ‘사회주의’라는 용어가 사라질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그 단서는 지난 28일 끝난 청년동맹 제9차 대회 결정서에서 발견됩니다. ‘김일성 사회주의 청년동맹’이라는 이름이 ‘김일성-김정일주의 청년동맹’으로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무려 20년간 사용한 명칭을 바꾼 이유는 통치이념의 변화와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합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북한은 지난 7차 당대회에서 온사회의 김일성-김정일주의화를 구호로 들고나왔기 때문에 아마 그 연장선상에서 청년동맹이 이를 앞장서서 이끌고 나가겠다는 측면에서 동맹의 이름을 바꾼 것으로 보입니다.

전문가들은 향후 북한의 헌법과 노동당 규약에서도 ‘사회주의’라는 용어가 사라질 가능성을 주목합니다. 서울에 있는 국책 연구기관의 한 전문가는 “이미 북한 정권에게 공산주의와 사회주의는 도달할 수 없는 목표”라면서 “이젠 ‘사회주의’라는 모자도 벗을 준비를 하는 것 같다”고 해석했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도 “세습독재의 틀이 갖춰져 감에 따라 북한 정권이 지도이념을 ‘주체사상’에서 ‘김일성-김정일 주의’로 전환하고 있는 것 같다”고 풀이하면서 헌법과 당 규약에서도 ‘사회주의’라는 용어가 삭제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습니다.

또한 이 당국자는 “북한이 사회주의라는 표현을 쓰든 안 쓰든 큰 차이는 없다고 본다”면서 북한에서 사회주의는 이미 “형해화”, 즉 유명무실화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번에 이름이 바뀐 청년동맹은 14~30세 주민이 의무적으로 가입하는 북한 최대의 청년 근로단체이자 사회단체로 현재 약 500만 명이 소속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청년동맹은 당, 군과 함께 북한의 체제유지를 위한 3대 보루 중 하나이자 당의 ‘후비대’로 중요하게 취급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