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군과 인민보안부 일부 병사들이 돈을 내고 군에서 면제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들은 노동당 입당이나 대학추천도 제일 먼저 받아 동료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고 합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중국에 머무르고 있는 한 북한 주민은 "2년 전에 군대 나갔던 우리 앞집 청년은 일 년 내내 집에 와서 빈둥거리며 놀고 있다"면서 "말로는 후방사업 때문에 대외출장 나왔다고 하지만, 사실은 돈으로 때우고 집에서 논다는 사실을 온 동네 사람들이 다 알고 있다"고 1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그는 "돈 있는 집 자식들이 군복무도 편안히 한다는 말은 이미 옛말이 된지 오래다"면서 "돈 없는 집 자식들만 13년 동안 꺼이꺼이 해야 하는 게 오늘 북한군 실정"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일명 '자택병사'로 통하는 이 군인들은 후방사업 명목으로 빠지는데, 한 달에 내는 돈은 미화 50달러. 이 돈이면 장마당에서 쌀 100kg을 구입할 수 있는 큰돈이라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이런 현상은 인민보안부 하사관들 속에서도 나타나고 있는데, 실례로 평안북도 도 보안부에 복무하는 20대의 최 모 씨는 매달 100달러가량 돈을 내고 집에서 놀고 있다고 소식통은 언급했습니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모자라는 병력수를 채우기 위해 올해부터 남성의 경우 군사복무 13년, 여성들을 의무병역제로 전환하는 등 자구책을 쓰고 있지만, 부유층 자녀들은 돈을 내고 빠지고 있다는 겁니다. 소식통은 "부유층 자녀들은 노동당에 입당하고, 대학 추천도 받아야 하기 때문에 감정제대(의가사 제대) 같은 것을 하지 않는다"면서 "집에서 놀다가 준전시나 큰 행사가 제기되면 부대에 복귀하는데 그러고도 노동당 입당과 대학추천도 제일 먼저 받는다"고 말했습니다.
후방사업 명목으로 군에서 빠지는 사람들 외에도 감정서(병력서)를 위조하고 빠지는 군인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민군 4군단 군의소에서 복무했던 군관출신 탈북자는 "2000년대 중반에 감정서 위조해주는 데 200달러였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4군단 출신 탈북자: 감정 1건 하는 것도 100달러 200달러가 작거든요. 환자가 아닌 경우 100~200달러 내고, 감정제대 될 때도 돈을 내고 아무리 환자라고 해도 돈을 내지 않으면 감정제대 될 수 없어요.
북한군에는 이 밖에도 '영양실조귀가', '가정곤란귀가' 등 여러 제대 항목이 있는데 모두 돈이 따라야 한다고 또 다른 군인 출신 탈북자는 말했습니다.
군인출신 탈북자: 어머님 한분 계시는데 심하게 앓는다, 밥해줄 사람이 없으니까 제대되어 밥해주고 병간호 해주는 걸로 해서 제대된 거지요. 지금은 60만 원 정도 돼야 하는 걸로 알고 있거든요.
북한군 내부에 유전면제, 무전복무 즉 돈 있는 사람은 면제되고 돈 없는 사람이 군사 복무하는 부조리가 만연되면서 군인들 사이에는 상대적 박탈감이 뿌리깊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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