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이 곧 스페인, 즉 에스빠냐에 대사관을 개설할 예정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미 대사관과 대사 관저로 쓸 건물도 확보했습니다. 박정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대사관이 곧 스페인 마드리드에 개설될 예정이라고 스페인 현지 언론이 6일 일제히 보도했습니다.
스페인 일간 엘문도와 유로파프레스 등은 스페인 외교부가 북한의 대사관 개설 요청을 허용하기로 결정했다며 이같이 전했습니다.
북한 대사관은 마드리드 아라바카 지역에 마련될 예정으로 북한 측은 이미 건물 임차도 끝마쳤다고 신문은 덧붙였습니다.
북한은 임차한 건물을 대사관은 물론 대사 공관으로 사용할 예정입니다.
북한은 지난 달 23일 외무성 대표단을 이끌고 스페인을 방문한 궁석웅 외무성 부상을 통해 대사관 개설 문제를 스페인 측과 사실상 마무리지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궁 부상은 당시 스페인 외교부 고위 관리와 만나 북한이 주요 유럽연합 회원국과 직접 외교관계를 수립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명했습니다.
북한 당국이 최근들어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유럽 등 전방위적으로 외교 지평을 넓히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점과 맞닿아 있다는 지적입니다.
특히 스페인에 유엔세계관광기구(UNWTO) 본부가 있어 해외 관광객 유치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북한으로선 매우 매력적인 외교거점이라는 점도 눈여겨 볼 부분입니다.
북한 관영 매체 (녹취) : 현재 개설돼 있는 평양~모스크바, 평양~베를린 정기항로들도 정상적으로 운행하여 동남아시아와 유럽의 관광객들도 많이 받아들이고,….
북한은 2001년 스페인과 정식 외교관계를 수립한 뒤 2003년 대사관 개설을 스페인 정부에 요청했지만 그 동안 진전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앞서 북한 축구협회는 지난 달 말 유소년 축구 선수 14명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유학보내는 등 양국 간 스포츠 교류도 최근들어 활기를 띠고 있습니다.
현지 언론은 핵개발 등으로 여론이 호의적이지 않은 북한에 대해 스페인 정부가 대사관 개설을 허용하기로 결정한 데 대해 곱지만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스페인이 오는 2015년부터 시작되는 2년 임기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 이사국 진출을 노리고 있는 점을 한 배경으로 꼽았습니다.
한표가 아쉬운 상황인 스페인 정부가 유엔에서 북한의 지지를 노리고 대사관 개설 요청을 들어주기로 결정했다는 겁니다.
스페인 외교부는 따가운 여론을 의식해서인지 앞으로 북한을 더 가까이에 두고 국제법 준수와 핵무기 개발 중단 압력을 가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스페인은 북한에 대사관을 개설할 생각이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오스트랄리아(호주) 정부는 올 초 북한의 3차 핵실험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캔버라 주재 북한 대사관의 재개설 허용 입장을 전격 철회한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