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 정전 60주년 특집] 참전 미 의원들이 본 전쟁과 한반도 미래

0:00 / 0:00

앵커 : 7월 27일 오늘은 바로 60년 전 한국전쟁이 끝나고 정전협정을 맺은 날입니다. 수많은 젊은이들이 자유와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전장에서 피 흘리며 죽어갔습니다. 당시 한국전에 참가했던 참전용사 가운데 현재 미국은 물론 세계를 움직이는 정치인들이 있습니다. '한국전 정전 60주년 보도특집'. 홍알벗 기자가 이들로부터 한반도의 과거와 미래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박수소리>

지난 5월 8일 미국 하원 본회의장에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이 입장하자 회의장에 있던 미국 의원들이 모두 일어나 박수로 환영합니다.

대통령 당선 이후 처음 미국을 방문한 박 대통령은 40분 동안 진행된 미국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6.25전쟁 이후 한국이 일어서는 데 도움을 준 미국에 감사의 뜻을 전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 한국의 자유와 민주주의라는 인류 보편의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 피와 땀과 눈물을 바친 미국의 참전 용사들에게 한국 국민을 대신해 깊이 감사 드립니다.

특히 박 대통령은 한국전 참전용사이면서 현재 미국 의회에서 활발히 의정활동을 펼치고 있는 4명의 하원의원들 이름을 일일이 거명하며 각별히 고마움을 표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 특별히 이곳에 나와 계신 네 분의 의원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그들은 한국전에 참전했고 지금은 미국 의회에 있습니다. 존 코녀스 의원, 찰스 랭글 의원, 샘 존슨 의원, 그리고 하워드 코블 의원이 그들입니다.

한국전 정전 60주년을 맞는 참전용사 출신 미국 의원들이 바라보는 한국전의 의미와 한반도의 미래는 무엇일까.

스무 살 한창 나이에 한국전에 참전했던 미국 뉴욕 지역구 출신의 민주당 찰스 랭글 의원은 아직도 압록강에서 들어야만 했던 대포소리와 옆에서 죽어가던 전우의 신음 소리를 잊지 못합니다.

한국전이 발발하자마자 참전을 하게 된 랭글 의원은 남한을 삼키려는 공산주의 세력을 몰아내야 한다는 투철한 사명감으로 중무장하고 부산 땅을 밟았다고 회고했습니다.

찰스 랭글 의원 : 1948년 9월에 기차를 타고 워싱턴주에 있는 포트 루이스에 도착, 미국 육군에 입대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1950년 6월 전쟁을 일으킨 북한의 공산주의자들을 몰아내라는 명령을 받고 한국으로 가게 됐습니다.

서울과 평양을 거쳐 압록강까지 진격한 랭글 의원은 그만 1950년 11월 어느 겨울날 중공군에 포위되고 치열한 전투 끝에 수많은 전우가 목숨을 잃고 자신도 총상을 입었습니다.

찰스 랭글 의원 : 우리가 한국에 도착했을 때는 북한군이 이미 남한 땅의 대부분을 점령한 상태였습니다. 부산의 낙동강 인근에 도착한 우리는 북쪽으로 진격을 했고 맥아더 장군이 인천상륙작전을 벌여 남한에 있던 북한군을 몰아내기에 이르렀습니다. 결국 우리군은 전쟁을 끝내기 위해 압록강까지 밀고 올라갔습니다.

그는 당시 미국의 트루만 대통령은 공산주의자들이 한반도를 집어 삼키게 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에 미국이 유엔 회원국들과 함께 참전하게 됐지만,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이야 말로 참전용사들이 짊어져야 할 당연한 임무였고 또한 실제로 그것을 위해 목숨을 내놨던 것이었다고 강조했습니다.

남한 땅에 공산주의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고 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는 각오는 미국 노스 캐롤라이나 출신인 공화당의 하워드 코블 의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하워드 코블 의원 : 당시 나는 미국 국경수비대 소속으로 한국전에 참전해서는 장교를 따라다니면서 날씨정보를 수집하는 임무를 맡았었기 때문에 그렇게 위험한 경험을 해보지는 못했습니다. 그때 나는 21살이었습니다. 당시 나는 공산주의라는 것이 얼마나 나쁜 것인지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한국전에 참전하는 것이 정의를 실현하기에 아주 시의 적절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최근 한국 내에서 일부 국민이 6.25 한국전이 남한에 의한 북침이라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의원들은 안타깝다며, 자유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버렸던 호국 영령들의 희생을 저버리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찰스 랭글 의원 : 그런 얘기를 듣긴 했습니다만, 나는 그 어느 누구도 미국이 북한을 침략했다고 믿는 사람은 없을 거라 믿고 싶습니다. 북한이 남한을 침략함으로써 여성과 어린이들을 포함한 수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고, 그것은 역사적인 기록을 보더라도 명백한 사실입니다.

랭글 의원은 북한 당국이 한국전이 끝나고 60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계속되는 위협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찰스 랭글 의원 : 북한은 지속적으로 남한과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나는 중국정부가 나서서 북한에 비핵화를 위해 밖으로 나와 한국은 물론 그 동맹국들과 대화를 나누고, 한반도의 이산가족들이 모두 다시 만나고, 남과 북이 함께 하나의 정부를 만들고 풍요로운 민주주의를 꽃피웠으면 좋겠습니다.

랭글 의원은 또 북한 지도자는 굶주리는 북한 주민들에게 좀 더 많은 관심을 갖고 무기개발은 포기해야 하며, 대화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미국의 정책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을 가진 연방의원으로서 북한이 평화정착을 위해 성실한 모습을 보여준다면 충분히 도와줄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찰스 랭글 의원 : 북한은 가난합니다. 주민들은 굶주리고 있습니다. 그들은 일자리와 기술력이 필요합니다. 북한이 무기개발을 포기하고 협상장블에 나온다면 미국은 북한을 도울 것입니다. 고립된 북한정부가 내부적으로 어떤 문제점을 갖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확실한 것은, 북한이 도움을 필요로 할 때 미국 정부는 인도주의적인 차원에서 도울 것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조건이 있습니다. 북한이 나와서 한반도의 통일과 평화를 위해 대화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코블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남북간 상호 신뢰구축 정책에 지지를 보낸다며,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는 핵과 미사일을 비롯한 대량 살상용 무기개발 야욕을 하루 빨리 버리고 굶주린 주민들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충고했습니다.

하워드 코블 의원 : 한반도 문제에 있어 한국은 올바른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이 얼마 전 미국 상하원 의회에서 연설을 한 것도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북한의 지도자 김정은은 판단착오를 하고 있다고 봅니다. 북한주민들은 굶주림에 고통 받고 있는데 김정은은 그들을 먹여 살릴 궁리는 안하고 무기개발에만 온통 신경을 쓰고 있으니 말입니다.

랭글 의원도 미국은 현재 박근혜 대통령, 그리고 한국정부와 긴밀한 협조체계를 유지하면서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본다며, 중국 지도부도 박 대통령과 함께 한반도뿐만 아니라 국제평화를 위해 열심히 뛰고 있는 만큼, 북한의 태도 변화가 관건이라고 말했습니다.

찰스 랭글 의원 : 솔직히 말해서 김정은 제1비서를 나는 잘 모릅니다. 내가 외교관도 아니기 때문에 뭐라고 그한테 할말은 없습니다만, 북한주민들이 민주주의라는 것이 진정 무엇인지 알게 되고 어떻게 하는 것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지를 알게 되면, 북한 정부는 변화를 위한 과정에 들어가야 할 것이고, 한반도의 통일을 위해 (김정은 제1비서가)노력해야 할 것이라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흔히 6.25한국전쟁을 ‘잊혀진 전쟁’이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이 노병들에게 한국전은 ‘잊을 수 없는 전쟁’이고, ‘잊어서는 안 될 전쟁’이라고 힘주어 말합니다. 6.25 한국전은 공산주의 세력과 싸워 이긴 최초의 전쟁이라고 강조합니다. 코블 의원은 그렇기 때문에 한미동맹은 더욱 강해져야 하고 한반도의 평화가 곧 세계평화라고 밝혔습니다.

하워드 코블 의원 : 우리 모두는 세계 평화는 물론 특히 미국을 겨냥하고 있는 북한의 핵개발에 관심을 갖고 주시해야 할 것입니다. 사람들은 한국전쟁을 '잊혀진 전쟁'이라고 합니다만, 그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전쟁을 통해 우리는 한국은 미국의 영원한 친구이자 동맹국이라는 것을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의회를 방문해 참전용사 출신 의원들을 호명할 때 절실하게 느꼈습니다.

랭글 의원은 수많은 젊은이들의 피 흘려 지켜낸 자유민주주의를 끝까지 지키기 위해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찰스 랭글 의원 : 정전 60주년을 맞아 유엔과 미국이 한국의 공산화를 막을 수 있도록 해 준 신께 감사 드립니다. 우리는 우리의 희생으로 얻은 가치를 볼 수 있습니다. 한국 국민도 많은 희생자를 냈지만, 누구나가 볼 수 있듯이 결과는 놀라울 정도입니다. 한국은 이제 아시아에서 민주주의와 평화 등의 상징이 됐습니다. 이처럼 희생이라는 것이 얼마나 값진 결과를 가져 올 수 있는지를 한국은 여실히 보여준 좋은 예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7월 3일 미국 하원에서 한국전 정전 60주년을 맞아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기원하는 결의안이 발의됐습니다.

한국전 참전용사였던 찰스 랭글 의원과 하워드 코블의원, 그리고 존 코녀스 의원이 공동 발의자로 참여했고, 이들은 결의문을 통해 1950년부터 지금까지 한국에 주둔해 있는 미군과 한국전 참전국 전몰장병들의 숭고한 희생을 기릴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숨진 참전용사들의 희생을 기억하고 그들이 지켜냈던 자유와 민주주의를 기필코 후세에 넘겨줘야겠다는 노병들의 눈물 어린 노력이, 오늘 날 ‘잊혀질 뻔 했던 전쟁’을 ‘잊을 수 없는 전쟁’으로 만드는 원동력이 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