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가장 고립된 국가, 북한. 오늘날 북한의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기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습니다.
내부 상황을 제대로 알고 이해하려면 북한에 사는 주민의 말을 들어보고 확인한 뒤 이를 분석해볼 필요가 있는데요, RFA 자유아시아방송은 북한 내부 상황을 취재하는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를 찾아 현지 주민이 전하는 북한의 현주소를 들어봤습니다.
오늘은 첫 번째 시간으로 '총체적 난국에 빠진 북한 군대'를 조명해봅니다.
보도에 노정민 기자입니다.
일본 오사카시에 있는 '아시아프레스' 사무실. 이곳에서 이시마루 지로 오사카 사무소 대표를 만났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북한 내 취재협력자를 통해 현재 북한에서 일어나는 일과 주민의 생활∙반응 등을 취재하고 있으며 지난 7월 말부터 8월 중순까지는 북∙중 국경지방을 직접 다녀왔습니다.
많은 외국 언론이 북한에 큰 관심을 두고 직접 방북해 취재도 하지만, 내부 상황을 제대로 알고 이해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시마루 대표는 북한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직접 북한에 사는 주민에게 물어보거나 조사를 부탁해 이를 두 번, 세 번 재확인하면서 제대로 실체를 파악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강조하는데요,
이시마루 대표가 직접 보고 현지 주민에게 들은 북한의 현실에서 가장 먼저 강조한 것은 '북한 군대의 약체화'였습니다.
- 압록강 변에 나와 있는 병사들 "작다, 약해 보인다"
- 군대 내 영양실조는 이제 당연한 상식
이시마루 대표는 올해 북한 주민으로부터 군대 내 영양실조가 더 심각해졌다는 소식을 많이 들었습니다. 김정은 정권이 100만 명이 넘는 군대 조직을 관리하기 어렵고, 군대 내 부정부패로 일반 병사에까지 식량을 제대로 분배되지 않기 때문인데요, 오늘날 그 심각성은 더 악화했습니다.
이시마루 대표는 인민군대의 영양 상태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압록강 변에서 북한 병사의 모습을 봤는데요, 첫인상부터 '작다!'였습니다.
[Ishimaru Jiro] 압록강 변에 가 봤는데, 많은 국경경비대 병사가 강변에 나왔더라고요. 직접 보니까 작아요. 키가 작고 허약에 걸린 병사가 많았습니다. 유람선에 같이 탔던 중국인과 한국인 관광객들도 "아~ 군인들이 작다. 군인들이 많이 약하다."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인민군대가 많이 약해졌죠. 영양실조에 걸린 병사가 많다는 것이 20년 전에도 있었는데, 지금도 그렇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했습니다.
북한의 김정은 정권은 최근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실험 등을 통해 국제사회에 군사 강국인 것처럼 과시하고 있습니다. 물론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이 매우 심각한 수준에 있고, 국제사회가 이를 우려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북한 인민군과 군사력의 실태를 냉정하게 볼 필요가 있다는 건데요, 핵 프로그램의 고도화와 인민군의 취약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습니다.
- 북한이 계속된 도발로 군사적 긴장을 높이고 있는데, 실제 전투력의 최전선에 나와 있는 북한군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직접 눈으로 보고 오신 거죠?
[Ishimaru Jiro] 그렇습니다. 북한은 이미지 전략, 언론플레이를 매우 잘 합니다. 자신의 능력 이상의 강한 모습을 세계에 보여주려고 언론플레이를 하죠. 그중 하나가 바로 미사일 발사 장면을 다각적인 영상으로 만들어 곧바로 전 세계에 공개하고요. 또 열병식, 군사 퍼레이드 모습을 적극적으로 보여주면서 전 세계에 군사적으로 무섭다는 이미지를 주게 됐습니다. 물론 핵과 미사일 등은 국제사회가 주의하고 주목해야 하지만, 실체를 봐야 한다는 것이 제 견해거든요.
- 고난의 행군 세대가 징병 대상, 군대 구성에 어려움
- 영양실조 탓에 군 복무 회피 만연
북한 군대는 구성 자체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올해 군에 입대한 대상자는 대부분 2천 년 생. 이미 고난의 행군 시기를 거친 사람들로는 필요한 군인의 수를 채우기 어려웠습니다.
[Ishimaru Jiro] 금년도 신병은 2000년생이에요. 그 선배들은 다 90년 이후, 90년대 말에 태어난 사람들이잖아요. 고난의 행군 시기입니다. 북한 내부 사람들은 한결같이 군대 숫자가 많이 줄었다고 말합니다. 많이 죽었고, 생활이 어려워 아이를 낳지 않으려 했기 때문에 군인이 될 나이의 인구가 많이 줄었다는 것은 당연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북한 당국은 군 복무시간을 많이 연장했고, 아시아프레스의 조사에서는 현재 군 복무가 남자는 11년, 여자는 7년입니다.
군대 구성 자체에도 어려움이 있지만, 전체 인구의 5%나 되는 군인을 책임지기에는 김정은 정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오늘날 북한의 경제 상황에서 무리하게 군대 규모를 유지하다 보니 영양실조로 집에 돌려보내는 병사가 급격히 늘었습니다. 군대에 가면 무조건 영양실조에 걸린다는 사실은 이제 상식이 됐는데요,
[Ishimaru Jiro] 군대에 가면 고생하니까 이를 피하고자 부모들은 돈을 써서 가짜 병을 만들고, 뇌물을 주면서 몸이 건강하지 못해 군대에 못 간다는 진단서를 만들어 입대를 피하려 하거나 비교적 식량문제가 심각하지 않은 부대로 보내려 하는 상황입니다. 또 장교들의 대우도 매우 나빠졌어요.
- 장교 월급 약 8천500원. 배급도 끊겨
- 돈 필요한 장교들 결국 부정부패에 의존
- 군대 내 기강해이 심각, 총체적 난국
40대 북한 장교(소좌급)가 받는 월급은 8천500원. 미화로 약 1달러 정도입니다. 가정을 이루고 사는 장교로서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 게다가 배급도 충분치 않다 보니 장사를 하거나 부정부패에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Ishimaru Jiro] 장교이지만 본인에 대한 배급밖에 없습니다. 가족은 없어진지 오래됐습니다. 그리고 장교들이 돈이 필요하니까 부정부패를 합니다. 군대에 지급된 여러 비품, 부대에 제공된 식량, 기름 등을 팔아먹습니다. 그러니까 젊은 병사들이 약해지고, 훈련도 못 하는 원인이 되고 있죠. 그리고 심각한 것은 군대가 말단부터 장교까지 부정부패가 만연하고 기율도 약해지고, 기강해이가 정말 심각해졌습니다.
- 정말 총체적 난국이군요.
[Ishimaru Jiro] 저는 정말 북한의 인민군대가 매우 심각한 상태라고 생각해요.
이시마루 대표는 오늘날 북한의 실체 중 하나로 북한 군대의 약체화를 꼽으면서 이 같은 문제는 외국 언론이 취재하기도 어렵고, 북한 당국도 일절 언급하지 않는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북한 당국이 군사 강국의 이미지를 과시하고, 언제든 전쟁도 불사하겠다며 미국을 위협하지만, 북한에 사는 주민의 생각은 전혀 다릅니다. 총체적 난국에 빠진 북한 군대가 과연 전쟁을 치를 능력이 있는지, 그 전투력부터 의심하는데요. 전쟁은커녕 최소한 북한 병사가 굶지 않도록 해달라는 것이 북한 주민의 작은 바람입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