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간첩혐의 예술인 공개처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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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북한이 남한 간첩이라고 주장하는 김국기 씨와 연루된 간첩혐의로 은하수관현악단의 간부들을 지난 3월 잔인한 방법으로 공개 처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에서 김준호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최근 중국을 방문한 평양 주민소식통은 “북한 보위당국이 김국기와 연루되었다는 죄명으로 기쁨조로 활약하는 은하수 관현악단의 총감독과 40대 여성 한 명 그리고 40대의 남성 초급간부 2명 등 모두 4명을 평양 외곽의 ‘미림벌’에서 총살형에 처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이 소식통은 “우리 내부에서 공개 총살형을 집행하는 것은 새삼스런 일은 아니다”라면서 “그러나 이번 처형방식이 지금까지는 없었던 끔찍한 것이었다”고 전했습니다. 사형수들을 모두 나체 상태로 세워놓고 두 대의 기관총으로 난사해 형을 집행했다는 것입니다.

“이런 처형 방법은 지금까지는 없었던 잔인한 방법이라 이 광경을 본 사람은 물론 이 소식을 전해들은 사람들 모두가 경악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또 "처형된 예술인들이 남한 간첩사건과 구체적으로 어떻게 연계가 되었는지 자세한 혐의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면서 "다만 처형직전 당국이 그들의 죄목이 이른바 남한간첩과 연루된 간첩혐의라는 점을 밝혔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이들의 사형 집행장소에는 평양에 거주하는 예술인 4~5백 명이 불려 나와 이 광경을 지켜보았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 또 다른 평양 주민소식통은 “처형된 예술단 총감독은 작곡과 편곡을 담당했으며 러시아에서 음악 공부를 한 인재로 지난 60년대 후반 일본에서 들어온 째포(재일동포 귀국자) 출신”이라고 전했습니다.

이 소식통은 또 “이들의 처형과 관련해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하나 있다”면서 “이런 엄중한 사건에 연루된 가족들은 쥐도 새도 모르게 어디론가 사라지는 게 통례인데 그들 가족이 아직은 평양에 남아있다”고 얘기했습니다.

“아직 평양에 있긴 하지만 바깥출입을 하지 않는 걸로 보아 당국의 감시 속에 연금상태인 것으로 보이며 조만간 정치범 수용소나 오지추방 등의 후속조치가 있을 수도 있다”고 소식통은 예상했습니다.

한편 북한당국이 선전매체를 동원해 요란하게 벌이고 있는 김국기, 최춘길 씨 관련 남한 간첩사건 소동 이후 중국 단둥의 한인상가 일대는 사건 한 달이 넘은 현재까지도 북한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긴 채 얼어붙은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