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이 최근 주민들에게 '항일빨치산 참가자들의 회상기' 학습을 강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일성 일가의 '백두혈통'을 강조해 권력세습의 정당화를 노리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김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당국이 ‘항일빨치산 참가자들의 회상기’를 새로 출판하고 주민들의 사상학습에 활용하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전했습니다. 주민들 속에서는 김일성 시대 이후 자취를 감추었던 회상기 학습이 갑자기 다시 나타난 배경을 두고 설왕설래 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함경북도의 한 소식통은 13일 “3월 초부터 당과 각 근로단체 조직들에 ‘항일 빨치산 참가자들의 회상기’가 배포되고 있다”며 “배포와 함께 주민들에게 ‘항일 빨치산 참가자들의 회상기’ 학습을 의무화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빨치산 참가자들의 회상기를 출판한 것 말고도 각 기관별로 항일 빨치산 참가자들의 회상기 ‘학습제강’이 따로 내려오고 있다”며 “회상기 학습정형을 요해하기 위해 중앙에서 기관별 ‘문답식 경연’도 조직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소식통은 “젊은 세대들을 위해 항일빨치산 참가자들의 회상기가 수록된 전자도서(어플)도 보급되고 있다”며 “그 속에는 단순히 회상기뿐만 아니라 혁명가요, 김일성의 활동과 관련된 지도, 사진 등이 다양하게 들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 12일 함경남도의 한 소식통은 “함흥시에 건설된 미래관과 각 교육기관, 기관기업소들에서 ‘회상기 학습’이 대대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하지만 주민들 속에서 회상기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북한은 1957년에 항일빨치산 참가자들의 회상기를 처음 출판했으나 ‘당의 유일사상체계’가 발표된 후 기존의 회상기들을 전부 회수하고 김일성을 위주로 한 회상기를 만들어 새로 출판했다며 그러나 지금처럼 대대적으로 학습을 강요하는 일은 없었다고 소식통은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동안 중앙에서 회상기 학습에 소극적이었던 것은 혹시나 김일성이 아닌 다른 빨치산들이 영웅시 될 수 있는 우려 때문”이라며 “김일성보다 뛰어난 빨치산 영웅들이 많았다는 진실을 감춰야 하는데다 기존의 회상기에는 역사적 진실이 적지 않게 포함 되어 있어 이를 감출 필요성이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김일성과 김정일 등 김씨일가 우상화에 걸림돌로 여겨져 외면당하던 회상기를 왜곡해 이제는 김정은의 ‘백두혈통’ 정당화에 악용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번에 배포된 회상기 내용이 과거 김일성의 회고록과 일치되지 않는 점이 많아 진실 논쟁도 치열하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