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남북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거론한 데 대해 미국 전문가들은 북한 측 진의 파악에 시간이 필요하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양성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한반도 전문가인 조나단 폴락 박사는 2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 회견에서 북한 측의 이번 대화공세는 기본적으로 조건부란 점을 지적했습니다.
북한 측은 한미 군사훈련과 남북대화는 양립할 수 없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이번 신년사에서 한국 측과의 최고위급 회담을 언급했다고 해서 이를 북한의 진정성 있는 정책 변화로 여기는 데는 무리가 따른다는 설명입니다.
폴락 박사 : 누구도 남북대화와 관련한 김정은의 신년사 한마디로 북한 정책의 커다란 변화를 생각해선 안 됩니다.
폴락 박사는 북한이 한국과 미국의 동맹관계를 갈라놓기 위해 수십 년 동안 애써왔다면서 이번 남북대화 제의도 그러한 노력의 일환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이번 남북정상회담 관련 발언은 북한 인권과 핵문제에 집중되고 있는 국제사회의 관심을 호도하기 위한 시도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폴락 박사는 이어 북한 측이 임기 후반에 들어서는 한국 박근혜 정부가 남북관계와 관련해 업적을 원한다는 측면을 악용해 한국 측의 양보를 얻어내려 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미국 터프츠(Tufts) 대학의 한반도 전문가인 이성윤 박사도 북한이 고위 남북대화 제안 등을 통해 한국을 쉽게 다룰 수 있다고 여긴다면서 한국 측의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이성윤 박사 : (한국 정부가) 북한 측의 호의나 제스처에 너무 급하게 따라가는 모습을 보여선 곤란합니다. 한국 정부 입장에서도 그런 문제를 민감하게 생각할 것입니다.
이성윤 박사는 북한 측이 2010년 이후 매년 연초에 남북관계 개선이나 대화를 원한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실제로는 협박과 도발로 이어졌다면서 북한 측의 남북대화 거론에 큰 의미를 부여하긴 아직 시기상조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성윤 박사 : '최고위급 회담'이란 말 자체는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지만 북한의 대외 정책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측합니다.
또 이성윤 박사는 북한 측과 대화가 성사될 경우 한국 측은 북한이 꺼린다고 해서 인권 문제 거론을 삼가선 안되며 반드시 인권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미국 국무부는 2일 북한 측의 남북정상회담 가능성 거론과 관련한 자유아시아방송(RFA)의 논평 요구에 “미국은 남북관계 진전을 지지한다.(We support improved inter-Korean relations.)”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