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이 3일 프랑스 언론과 회견하면서 김정은 제1비서와의 정상회담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그런데 4일 영국 언론과의 회견에서는 북한은 "신뢰할 수 없다"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박 대통령의 발언에 유화책과 강경책이 함께 들어 있다고 해석합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유럽을 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3일 남북 정상회담의 가능성을 언급하자 대부분 남측 일간지들은 4일자 신문에서 이 소식을 보도하며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박 대통령은 첫 방문국인 프랑스의 ‘르피가로’와 회견에서 “남북관계 발전이나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필요하다면 언제라도 만날 수 있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의 일부 신문들은 이 발언을 소개하면서 “남북관계 변화 오나” 또는 “엉킨 실타래 풀리나” 등의 제목을 달아 기대감을 높였습니다.
박 대통령의 과거 발언을 되새겨 보면 이번 발언은 그 의미가 더 커진다는 게 일각의 해석입니다. 지난 5월 박 대통령은 미국 워싱턴포스트와 회견에서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과 관련해 “지금 당장 그렇게 해서 무슨 효과가 있겠는가”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전문가들은 박 대통령의 정상회담 언급에서 원론적인 의미 이상을 찾기는 힘든 것 같다고 해석합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 일단은 남북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강하게 이야기하고, 그런 점에서 정상회담까지 거론하는 원론적인 언급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북한 핵문제를 둘러싼 국제적인 협의 과정을 비롯해서 상황의 변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이에 대비하는 의미까지 포함하지 않았겠나 생각합니다.
실제로 박 대통령도 프랑스 언론과 회견에서 북한 입장에서 볼 때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이야기만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박 대통령은 “단순히 회담을 위한 회담은 지양하고자 한다”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진정성”이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박 대통령은 북한의 핵.경제 병진노선에 대해서도 “불가능한 환상을 좇는 것”이라면서 “북한이 이런 식으로 계속한다면 내외부의 난관에 봉착해 스스로 무너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북한과 관련한 발언은 두번째 순방국인 영국 도착을 앞두고 한 단계 더 증폭됩니다.
4일 BBC 방송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은 김정은 제1비서에 대해 “신뢰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말을 한 것이 어떻게 될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또한 박 대통령은 “지금 북한의 행동은 굉장히 실망스럽다”고도 말했습니다. “약속을 다 지키지 않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그러면서도 박 대통령은 “신뢰할 수는 없지만 우리가 그것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대화의 문은 항상 열어놓고 설득하고, 신뢰를 쌓아가는 노력을 멈추지 않겠다는 말씀을 드리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이 모든 발언은 각 순방국의 언론과 회견에서 나온 것으로, 새로운 대북 정책이나 제안을 담았다기 보다는 기존 입장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유화적인 발언과 강경한 발언이 섞여 나오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대북 ‘신뢰 프로세스’는 낮은 단계에서 북한에 대해 인도주의적 지원을 하고, 이에 북한이 화답하면 좀 더 높은 수준의 경제 지원과 협력을 시도하는 단계적 신뢰구축으로 핵을 포함한 북한 문제를 해결한다는 내용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측은 신뢰 프로세스에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습니다. 로동신문은 4일에도 "신뢰 프로세스는 동족에 대한 적대적 관점과 체제대결 기도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