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러시아의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북한과 최고위급 접촉을 위한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혀 북러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양성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라브로프 장관은 20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특사로 모스크바를 방문 중인 최룡해 노동당 비서를 만났습니다.
라브로프 장관은 최 비서와 회담 후 기자들과 만나 “러시아가 최고위급을 포함한 북한과의 다양한 수준에서의 접촉을 위한 준비가 돼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라브로프 장관은 최 비서와의 회담에서 북한 지도자의 러시아 방문 문제가 논의됐는지 여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같이 답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김정은 제1위원장 간 북러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라브로프 장관은 또 북한이 전제조건 없는 6자회담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약 1시간 반 정도의 회담에서 두 사람은 정치, 경제, 인적교류, 인권 문제 등 다양한 분야에 걸친 북러 간 협력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특히 라브로프 장관은 회담 후 기자들에게 북한 인권문제와 관련해 지난 18일 유엔 총회 제3위원회에서 채택된 북한인권결의안은 역효과(counter-productive)를 낼 뿐이라며 북한 측 입장을 대변했습니다.
유엔에서 인권을 다루는 위원회(structures)가 인권 위반자를 기소하거나, 관련 사법적 판단을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게 라브로프 장관의 지적입니다.
러시아 외교관 출신인 한반도 전문가 게오르기 톨로라야 박사도 북한의 전반적인 인권 문제에 대한 책임을 현재 북한 최고 지도자에게 묻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톨로라야 박사: 김정은 제1위원장이 태어나기 전부터 지속돼 왔던 북한 내 인권 상황과 관련해 그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다소 '이상하다(strange)'고 봅니다.
한편 유엔 총회 제3위원회에서 북한 인권상황과 책임자에 대한 국제형사재판소(ICC)회부 문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논의하라는 결의를 채택함으로써 북한은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와의 긴밀한 협력이 더욱 간절해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최룡해 비서는 라브로프 장관과의 회담 전 기자들과 만나, 앞서 자신이 푸틴 대통령에게 전달한 김정은 제1위원장의 친서를 계기로 양국 정상 간의 긴밀한 관계가 형성되길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18일 최룡해 비서를 만났던 푸틴 대통령도 19일 김형준 러시아 주재 북한 대사의 신임장을 제정 받는 자리에서 러시아와 북한의 협력 심화가 지역 안보와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본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