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전처이며 장남인 김정남의 생모인 성혜림의 묘가 거의 방치되다시피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정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러시아 모스크바 근교 트로예쿠롭스코예 공동묘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첫 동거녀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이복 형인 김정남의 생모 성혜림이 2002년 사망 뒤 안장된 곳입니다.
최근 이곳을 직접 둘러본 러시아 언론인 올레그 키리야노프 씨는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과 사진을 통해 성혜림의 묘소가 거의 방치되다시피했다고 전했습니다.
지난 2일 작성된 블로그 내용에 따르면 성혜림의 묘는 버려진 게 아닌 건 확실하지만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채 방치돼 있었습니다.
무덤 주변에 나뭇가지와 나뭇잎이 아무렇게나 쌓여 있는가 하면 봉분에는 잡초들이 무성하리만큼 길게 자라나는 등 벌초 흔적이 없었다는 겁니다.
다만 아직 채 시들지 않은 붉은색 꽃 네 송이가 무덤 앞 상석에 가지런히 놓여 있어 누군가 최근에 다녀간 것으로 추정됩니다.
봉분 앞에 세워진 검은색 화강암 묘비에는 한글로 ‘성혜림의묘’라는 글씨가, 그 아래에는 생존 시기(‘1937.1.24-2002.5.18’)가 각각 새겨져 있었습니다.
또 묘비 뒷편에는 ‘묘주 김정남’이라는 글씨가 선명했습니다.
키리야노프 씨는 성혜림의 묘가 러시아 양식과 확연히 구분되는 북한식으로 조성됐지만 그리 화려해 보이지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또 묘비 정면이 동쪽을 향하고 있어 서쪽을 향한 주변의 다른 러시아인 묘와 구별되는 점을 제외하곤 두드러지지 않아 찾기가 쉽지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후계구도에서 밀려난 뒤 해외를 떠돌고 있는 김정남.
고국에 돌아가지 못하고 먼 이국 땅에 묻힌 뒤 쓸쓸히 방치된 생모의 운명과 묘하게 맞닿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