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북 ‘망명비하’ 패배감 인정하기 싫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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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북한측이 태영호 공사의 귀순을 "뇌물" 또는 "강압"에 의한 결과라고 비하했습니다. 이에 남한의 통일부는 북측이 "패배감"을 인정하기 싫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태 공사의 망명은 한국 정부의 "대북제재 효과"라는 해석도 다시 한 번 되풀이했습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태영호 공사와 그 가족이 한국으로 망명한 것과 관련해 북측이 반응을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일본에 있는 조미평화센터의 김명철 소장은 18일 영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태 공사의 망명은 한국 정보당국이 뇌물을 줬거나 강압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는 한국 정보기관이 북한을 붕괴시키려는 책략의 일부분이라고도 말했습니다. 조미평화센터는 북한의 ‘비공식 대변인’으로 간주되는 기관입니다.

이에 남한의 통일부는 19일 북측의 이 같은 반응이 “당연하다”고 평가했습니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 : 자발적으로 갔다고 하면 자기 체제에 대한 어떤 비하, 그리고 패배감을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남쪽이나 다른 유혹에 빠져서 갔다고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아니겠습니까? 저는 그렇게 봅니다.

태 공사의 망명 동기와 관련해 통일부는 “김정은 체제에 대한 염증,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동경, 그리고 자녀와 장래 문제 등”을 거론했습니다.

정 대변인은 북측 당국도 이번 태 공사 망명 사건이 “내부에 미칠 파장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상황을 주시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통일부는 지난 17일 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 태영호 공사와 그 가족의 망명 소식을 공식 발표했지만, 이들의 망명 신청 시점과 입국 시점 등 구체적인 사항은 밝히지 않았습니다.

태 공사의 귀순과 관련해 남측 정부 고위급 당국자들은 “대북제재 효과”가 나타난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김형석 통일부 차관은 18일 대구에서 특강을 하며 “이 같은 제재 효과가 김정은 정권을 압박할 수 있다"고도 말했습니다.

김 차관은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 13명이 집단 탈북한 것이나 특권층이 탈북하는 것은 현재 북한 체제에 도저히 희망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북한 엘리트층이 균열하면 김정은에게 심리적인 압박이 되고 결국 국제사회와 협력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태 공사 망명 원인을 놓고 확대해석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지만, 통일부는 “대북제재 국면과 무관하지 않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정준희 대변인은 19일 “그 체제에서는 도저히 사람이 앞으로 삶을 영위해나갈 수 없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나왔을 것”이라면서 “도저희 살 수 없는 환경이라는 건 지금 벌어지고 있는 대북제재 국면과 결코 무관하다고 말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대화와 교류를 통해 북한과 신뢰를 쌓아 핵문제를 해결하고 한반도 통일을 이루겠다는 정책을 내세우며 지난 2013년 집권했지만, 북한의 연이은 핵과 미사일 도발에 대한 대응으로 지난 2월 개성공단 운영을 전면 중단하는 등 대북 강경정책을 실행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