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태영호 공사가 가족과 함께 남한에 망명한 사건이 보도되면서 이 소식을 접한 중국 내 북한 무역주재원들이 크게 술렁이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중국에서 김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태영호 공사의 망명 소식을 접한 중국 주재 북한 무역 일꾼들이 극도로 긴장하며 입조심을 하고 있는 가운데 마음 속으로는 부러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무역 주재원들과 가깝게 지낸다는 중국의 한 대북 소식통은 “태영호 공사의 남한 망명사건으로 무역 주재원들은 자신들에 불똥이 튈 것을 우려하며 극도로 긴장한 채 조심하고 있지만 속 마음으로는 태 공사 가족을 부러워하며 박수라도 치고 싶은 심정임을 감지할 수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5년 넘게 교류를 계속하며 속마음까지 터놓고 지내고 있는 한 무역 주재원은 태 공사 망명소식을 전하는 남한의 텔레비전 뉴스를 함께 보면서 ‘못 가는 우리 같은 사람이 머저리지 저 사람(태 공사)을 탓할 일이 뭐가 있냐’면서 오히려 부러워해 매우 놀랐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그 주재원하고 가깝긴 하지만 나한테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는 것을 보고 자신의 처지가 얼마나 한심했으면 그럴까 하는 생각에서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면서 “태 공사와 그 부인까지 빨치산의 후예라는 보도내용에 더욱 놀라워하는 눈치를 굳이 숨기지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이와 관련 또 다른 대북소식통은 “무역주재원들 중 절대다수가 북에 인질로 남겨두고 온 자녀들만 아니라면 남쪽으로 뛸(탈북) 생각을 갖고 있다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닐 것” 이라면서 “이번 사건으로 북한이 중국 등 해외에 파견된 주재원들을 대상으로 검열단을 파견하고 주재원 가족들의 본국 소환명령을 내리는 것도
대량 탈북을 막기 위한 인질 잡아두기”라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항일 빨치산 후예들은 백두 혈통과 함께 북한 정권을 지탱하는 최고의 엘리트 계층이지만 김정은 정권이 들어선 이후 그들에 대한 예우가 전만 못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소식통은 그 예로 김정일 위원장과 의형제라는 설까지 돌았던 오극렬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어떤 사유인지 알려지진 않았지만 작년에 이미 모든 직책을 회수당하고 뒷방 늙은이 신세가 되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면서 ”이로 인해 북한 공직자들 사이에서는 ‘빨치산도 이젠 별게 아니다’라는 말이 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대북소식통들은 북한 주재원들 중 상당수가 당장 탈북을 시도하기는 어렵겠지만 이미 탈북한 간부들의 남한 정착생활을 주시하다가 기회가 오면 탈북을 감행할 수 있는 ‘잠재적 탈북자들’이라고 주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