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체제의 우월성을 적극 홍보하던 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의 태영호 공사가 한국으로 망명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자유아시아방송(RFA)은 긴급진단 '북 엘리트, 김정은에 등 돌리나?' 편을 두차례 방송해드립니다. 이 시간에는 그 두번째 순서로 "북 엘리트 압박과 연쇄이탈 악순환" 편을 보내드립니다. 양성원 기잡니다.
태영호 공사의 망명 소식을 한국 정부가 공개한 지 이틀 이상 지났는데도 북한은 여전히 공식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북한 당국이 잇따른 엘리트층 탈북에 위기감을 느끼고 체제단속을 강화하고 있다는 소식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격노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중국을 비롯한 해외 각지에 검열단을 파견하고 해외주재 외교관이나 무역일꾼 가족들에 대한 소환령을 내릴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미국 스탠포드대학교 한국학연구소의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부소장은 18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이번 태 공사의 망명 등을 계기로 북한 엘리트 계층에 대한 김정은 위원장의 의심과 감시, 압박 강도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김 위원장의 행태에 반발하는 엘리트 계층의 좌절과 이반 역시 늘어날 것이란 게 그의 설명입니다.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부소장 : 김정은 정권의 '악순환'은 계속될 것으로 봅니다. 감시와 통제가 강화되고 대북제재로 인해 고통이 가중되는 엘리트 계층은 김정은의 통치 방식을 더욱 더 우려할 것입니다.
결국 이로 인한 북한 엘리트 계층의 연쇄 이탈도 예상된다는 것입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빅터 차 한국 석좌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더 많은 엘리트 인사들이 북한을 포기하는 합리적인 선택을 한다면 김정은 정권은 매우 곤란한 상황에 처할 것”이라면서 북한 고위급 인사들의 추가 탈북 가능성을 지적했습니다.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김현욱 박사는 북한 외교관 등 해외 주재원 뿐 아니라 북한 내부 엘리트 계층도 외부 세계 정보 접촉이 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김현욱 박사 : 최근에 계속해서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북한 내) 정보 유입이라든지 대북제재강화법 등을 통해 북한 주민이나 엘리트층의 외부 (정보) 접촉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점을 주목해야 합니다.
김 박사는 최근 부쩍 돈주들의 역할이 강화되고 자본주의 사상이 전파되면서 주민들의 사고 방식이 바뀌고 있고 사회주의적 통제 체계가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어 북한 내부에 상당한 변화가 야기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이번 태 공사 망명을 계기로 북한이 대남 보복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한국 세종연구소의 정성장 통일연구전략실장은 “북한은 태 공사의 망명에 한국의 국가정보원이 개입됐을 것으로 보고 해외 한국인 납치 등 보복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에 대한 철저한 대비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특히 북중 국경지역은 항상 한국인들에게 위험한 지역으로 탈북지원단체 관련 인물에 대한 납치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더해 최근 한미 간 대규모 군사훈련이 시작된 상황에서 이를 빌미로 북한이 대남 군사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조나단 폴락 박사의 말입니다.
조나단 폴락 박사 : 북한이 대내적으로 태 공사의 한국 망명 사실을 밝힐지는 미지수입니다. 북한이 대남 도발에 나선다면 외교관 탈북보다는 한미합동군사훈련을 그 구실로 삼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전문가들은 이번 태 공사의 한국 망명을 김정은 정권이 불안정하다는 직접적인 증거로 판단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해외에 나가 있는 북한 엘리트 계층은 이탈이 손쉬운 특수한 상황이고 북한 내부, 평양에서 직접 탈북 혹은 망명에 나서는 시도나 김정은 위원장에 반기를 드는 모습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미국 국방분석연구소(IDA)의 오공단 박사도 이번 태 공사의 망명을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권력 장악력 약화나 정권의 전반적인 불안정 신호로 보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습니다.
오공단 박사 : 북한 자체가 순종하고 복종하는 사람들이 뭉쳐 있는 곳이기 때문에 이번 일을 확대 해석할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또 태 공사가 망명했으니까 이런 일이 줄줄이 이어 질 것이란 판단은 무지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반면 갑자기 추가 핵실험이나 대남 도발에 나설 수 있는 북한, 또 엘리트 층의 대규모 이탈로 인한 북한 김정은 정권의 향후 급변 상황 등에 대해서는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김현욱 박사의 말입니다.
김현욱 박사 : 북한 급변 상황에서 한국이 주도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정보의 유입, 자본의 유입도 중요하고 동시에 북한에 제재를 가하면서 엘리트층의 동요를 유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러한(급변)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한국이 북한과 어느 정도의 끈과 대화의 노력을 계속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김 박사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이후 국면에 대해서도 준비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는 한국의 주도적인 북한 문제 관리라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