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남북한이 12일 판문점에서 '고위급' 회담을 갖기로 전격 합의했습니다. 이번 회담은 북측의 제의에 따라 이뤄지게 됐습니다. 의제는 정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다양한 현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통일부는 남북이 판문점 남측 지역 ‘평화의 집’에서 12일 오전 10시 “고위급 접촉”을 갖기로 합의했다고 11일 발표했습니다.
이번 회담은 북측이 한미 군사훈련의 중지를 촉구하며 이산가족 상봉 계획의 이행을 재고할 뜻이 있음을 지난 6일 시사한 가운데 이뤄지게 됐습니다.
남북 회담을 갖자는 제안은 북측이 먼저 내놨습니다. 지난 8일 이뤄진 북측의 제안에 이어 남북 양측은 사흘간 물밑접촉 끝에 이날 회담의 장소와 날짜, 그리고 수석대표의 ‘급’을 정해 발표한 것입니다.
남측은 김규현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을 수석대표로 보냅니다. 이는 ‘청와대 관계자가 참석해 달라’는 북측의 요구를 반영한 결과로 알려졌습니다. 북측은 원동연 통일전선부 부부장이 대표로 참석합니다.
남북의 수석대표는 모두 차관급입니다.
하지만 이는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열리는 고위급 회담이어서, 남북관계의 중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했습니다.
이번 회담의 의제는 없습니다. “급하게 성사된 만큼 의제도 정하지 못했다”고 통일부 관계자는 설명했습니다. 따라서 다양한 현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입니다.
김의도 통일부 대변인: 이번 회담에서는 사전에 정해진 의제는 없으나, 금번 이산가족 상봉의 원활한 진행 및 정례화 등 주요 관심사항에 대해서 포괄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북한 문제 전문가들은 고위급 회담을 제안한 북측의 의도를 분석하는 데 분주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북측이 경제 회생이라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심사숙고 끝에 이번 회담을 제안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습니다.
김정은 제1비서가 신년사에서 특히 농업 분야의 활성화를 강조했기 때문에 비료 등을 지원받기 위해선 남북관계의 개선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입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 북쪽은 경제 회생에 필요한 대외환경 조성에 굉장히 마음이 급한 것 같고, 그만큼 더 남북관계 개선을 강하게 원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북측은 남북관계 진전을 통한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라는 대외적 목적을 이루고자 하는 의도도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이번 남북간 대화는 미국의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국대사가 10일 오후 개인 자격으로 방북하는 등 미국과 북한이 민간 차원의 대화를 재개한 가운데 이뤄집니다.
전문가들은 북측이 앞으로 당분간은 한국과 미국을 상대로 대화 공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번 남북 차관급 회담은 2007년 12월에 열린 장관급 회담 이후 7년 만에 이뤄지는 고위급 접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