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측 제의로 12일 남북한 고위급 회담이 개최될 예정이지만 서방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에 별 기대를 걸지 않는 모습입니다. 양성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미국의 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은 11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 측이 남북이산가족 상봉과 한미 연례 합동군사훈련을 앞두고 고위급 회담을 제안한 시점을 지적했습니다.
이번 회담을 통해 북한은 한국이 원하는 이산가족 상봉을 지렛대로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취소하거나 축소하라는 압박을 가할 수 있고, 비록 이런 압박에 성과를 얻지 못한다 해도 한반도 긴장의 원인은 북한이 아니라 한미 양국이라는 선전 명분을 얻을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미첼 리스 전 실장: 인도적 차원의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는 긍정적이고 매우 환영합니다. 하지만 북한이 한국과 국제사회에 대한 근본적 태도를 갑자기 변화시켰다고 보는 것은 성급합니다.
따라서 최근 유화적 모습을 보이는 북한의 의도나 남북 고위급 회담 성과에 대한 섣부른 판단이나 기대는 금물이라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오스트리아 빈 대학의 한반도 전문가인 루디거 프랑크 박사도 한미 양국이 연례 합동군사훈련을 예정대로 실시한 후에도 북한 측이 유화적 태도를 지속할지 의심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이산가족상봉과 고위급 회담 등을 통해 남북관계 개선을 원한다는 진정성을 행동으로 보여준 데 반해 한국은 미국 측과 군사훈련을 고집하면서 대립 정책을 추구했다고 주장할 것이란 게 프랑크 박사의 예상입니다.
또 중요한 것은 북한이 이를 추가 도발의 명분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루디거 프랑크 박사: 북한 측은 자국의 행동이 도발이 아니라 한미 양국의 행동이 도발이라고 주장하고 북한은 단지 그 도발에 대응할 뿐이란 주장을 내놓을 수 있습니다.
프랑크 박사는 북한이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빌미로 긴장을 고조시키고 도발에 나설 수 있다면서 특히 장성택 처형 이후 견제장치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김정은 1인 지배구조의 북한 당국이 돌출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스위스 제네바에 주재하는 서세평 북한 대사는 16일 현지 기자들과 만나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중단할 것을 거듭 촉구했습니다.
북한 측은 지난달 말부터 유엔본부와 중국, 영국, 러시아, 도이췰란드 주재 대사 등을 잇달아 내세워 북한의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선전하면서 한미 합동군사훈련 중단을 촉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