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강행한 가운데 미국 의회가 오바마 행정부에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라고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도 미국 정부에 이를 요청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양성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미국 하원 외교위원장을 역임한 공화당의 일레나 로스-레티넌 의원은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 12일 성명을 통해 미국의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을 다시 테러지원국 명단에 포함시켜 더 가혹하고 의미 있는 제재를 가하라고 촉구했습니다.
현재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 중동, 북아프리카 소위원장인 로스-레티넌 의원은 이를 위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법안도 이날 발의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제재와 외교적 비승인 법안(North Korea Sanctions and Diplomatic Nonrecognition Act of 2013)’으로 명명된 이 법안에는 스티브 쉐벗(Steve Chaot) 의원 등 공화당 소속 의원 7명과 민주당 소속인 제럴드 코널리(Gerald Connolly) 의원까지 모두 8명의 하원 의원이 공동 발의자로 참여했습니다.
로스-레티넌 의원은 이날 성명에서 북한 지도자 김정은은 핵무기 야욕을 버리라는 국제사회의 요구를 반복적으로 무시하고 핵실험을 강행했다면서 이는 그가 핵무기를 획득하고 또 핵기술을 이란과 시리아 등 불량정권으로 이전하는 것을 최우선시 한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고 강조했습니다. (Kim Jong-un has made his priorities clear: to obtain a nuclear weapon and to proliferate nuclear technology with rogue regimes, such as Iran and Syria.)
공화당 차기 대권 주자로 떠오르고 있는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도 앞서 지난달 24일 존 케리 국무장관 인준 청문회에서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을 다시 테러지원국 명단에 올려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마르코 루비오 의원: 과거 부시 행정부가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한 것은 잘못입니다. 다시 북한이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되길 바랍니다.
이런 가운데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도 13일 일본 중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미국에 북한의 테러지원국 재지정과 금융제재를 요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전문가들은 핵실험을 이유로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습니다.
북한에 대한 압박 수단으로 테러지원국 재지정을 거론할 순 있지만 테러지원국 지정에는 적절한 법적 요건이 갖춰져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실제 지난 2009년 북한이 2차 핵실험을 강행한 이후, 또 2010년 북한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사건 이후에도 미국 정치권에서 북한의 테러지원국 재지정 주장이 나왔지만 미국 국무부는 북한의 새로운 테러지원 활동 관련 증거가 없다면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미국 국무부의 론다 쇼어(Rhonda Shore) 부대변인은 지난 12일 미국의 의회전문지 ‘더 힐(The Hill)’과의 회견에서 “법률적 측면에서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기 위해서는 미국 국무장관이 북한 정부가 반복적으로 국제테러 행위를 지원했다고 판단해야만 한다”고 말했습니다. (As a matter of law, in order for North Korea to be designated as a state sponsor of terrorism, the Secretary of State must determine that the government of North Korea has repeatedly provided support for acts of international terrorism.)
국무부의 빅토리아 눌런드 대변인도 지난 7일 원칙적으로 북한의 핵실험과 테러지원국 재지정은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빅토리아 눌런드 대변인: 북한의 테러지원국 재지정 문제는 테러 행위와 관련이 있는 것이고 핵 관련 문제는 6자회담 과정에서 다뤄집니다.
그러면서 그는 2008년 북한이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 된 후 새로운 테러행위에 가담했는지 여부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