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미국 국무부는 북한이 한국을 '최종 파괴(final destruction)'하겠다고 위협한 데 대해 도발이나 위협으로는 북한이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무기 보유에서 오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대남 위협 수위를 높이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양성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미국 국무부는 최근 북한의 대남 위협과 관련해 북한은 위협이나 도발로는 어떠한 목적도 달성할 수 없고 오직 고립만 심화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The DPRK will achieve nothing by threats or provocations, which will only further isolate North Korea and undermine international efforts to ensure peace and stability in Northeast Asia.)
국무부 대변인실은 20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의 위협과 도발은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보를 유지하려는 국제사회의 노력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국무부 측은 또 미국은 북한이 국제의무에 반하는 추가 도발을 삼갈 것을 거듭 촉구한다면서 지난달 채택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2087호는 북한의 추가 핵실험 시 중대한 조치를 취하기로 결정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The UN Security Council, in resolution 2087, expressed its determination to take significant action in the event of a nuclear test.)
이 같은 국무부의 반응은 지난 19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속개된 군축회의에 참석한 북한 외교 관리가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는 속담을 인용하며 “한국의 변덕스러운 행동은 최종 파괴(final destruction)를 예고할 뿐”이라고 위협한 데 대한 것입니다.
대남 핵 공격을 암시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이번 북한의 위협에 대해 군축회의에 참석한 서방 국가 외교관들은 일제히 비난과 우려를 쏟아냈습니다.
스페인의 자비어 카탈리나(Javier Gil Catalina) 대사는 북한 측의 이번 언사가 군사위협을 금지하고 있는 유엔 헌장에 위배되는 국제법 위반이라면서 30년 넘게 외교관 생활을 했지만 ‘최종 파괴’라는 말은 처음 들어본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영국의 조앤 애담스(Joanne Adamson) 대사도 유엔 회원국에 대한 ‘파괴’라는 표현은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언사라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의 이번 대남 ‘최종 파괴’ 언급과 관련해 일부 전문가들은 핵무기 보유로 자신감을 얻은 북한이 대남 위협 수준을 한 단계 높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과거 북한은 ‘서울 불바다’ 등 재래식 무기를 이용한 대남 위협을 일삼아 왔지만 ‘최종 파괴’란 표현은 핵무기로 한국을 위협하겠단 뜻이란 설명입니다.
미국 해군분석센터(CNA)의 켄 고스 국제관계국장의 말입니다.
켄 고스 국장: '최종 파괴'라는 표현은 어떤 식으로든 북한의 핵개발과 연관이 있다고 봅니다. 북한은 자국이 궁극적 무기(ultimate weapon)를 보유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입니다.
고스 국장은 또 북한이 이 같은 극단적인 위협을 통해 위기를 최고조로 올리면서 한국과 미국의 반응을 살피고 대북 대응과 관련한 한미 간의 이견을 유도하려 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또 극단적인 위협 언사를 통해 오히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의 수위를 낮추고 북한과의 대화 필요성이 강조되는 상황을 만들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 등 비교적 북한의 입장을 이해하는 국가들로 하여금 대북 협상의 필요성을 주장할 근거를 제공하려는 것이 북한의 의도일 수 있다고 고스 국장은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