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과 전제조건 없는 만남이 가능하다고 밝힌 렉스 틸러슨 미 국무부 장관 발언에 대해 한국 정부는 일단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틸러슨 장관의 발언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사전 탐색의 의도가 있다고 분석합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부 장관의 대북 대화 제안에 대해 한국 정부는 원론적인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13일 기자설명회를 통해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이라는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되는 대화가 조속히 이뤄지길 희망한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의 청와대도 틸러슨 장관의 발언에 대해 신중한 입장입니다. 청와대는 박수현 대변인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북한이 도발과 위협을 중단하고 대화에 복귀해야 한다는 미국의 입장을 다시 강조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습니다.
북한과 ‘비핵화를 전제로 한 대화’를 고수해 온 미국으로부터 ‘전제 조건 없는 대화’ 제안이 나오자 한국의 전문가들은 이를 미국의 대북정책 전환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분석합니다. 막혀 있는 북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위한 일종의 ‘탐색전’이라는 겁니다.
박영호 강원대 교수 : 대화라는 것이 (미국의 대북) 정책 기조 전환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미국의 입장에서 볼 때 '제스쳐'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너희 얘기 한 번 들어보자'라는 의미라고 봅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도 “틸러슨 장관의 제안에 대해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알아보기 위한 차원”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틸러슨 장관의 발언은 미국의 대북 강온 양면 전술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김용현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경 발언과 렉스 틸러슨 국무부 장관의 온건 발언이 엇갈려 나오는 것은 고도의 전략이라고 분석합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 : 트럼프 대통령이 강경 입장을 얘기하고 틸러슨 장관은 대화를 얘기하는 것이 엇박자로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강경, 온건 전술의 배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미국이 전략적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봅니다.
김 교수는 이어 “세계인이 참여하는 평창 올림픽을 앞둔 만큼 미국은 북한을 계속 강경하게 몰고 갈 수 없다는 점도 고려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부 장관은 지난 12일 미국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 참석해 “우리는 북한과 전제 조건 없이 첫 만남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 자리에서 틸러슨 장관은 군사적 조치에 대해서도 언급하면서 첫 폭탄이 떨어질 때까지 외교적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