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주민들에 군용 은박지 내라 독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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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북한이 인민군대를 지원한다며 주민들에게 은박지를 모아 바치라고 독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고급 담배 곽의 속지인 은박지를 군사용도로 사용하겠다는 것이어서 주민들로부터 조롱을 받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은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김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주민들은 1년 중 하루도 빠짐없이 각종 지원금과 물자를 바치라는 당국의 지시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발전소와 평양시 건설, 보육원과 본보기 농장, 도로, 철길, 수해복구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듭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은박지를 모아서 내라는 지시가 내려와 주민들이 의아해 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함경북도의 한 소식통은 10일 “중앙에서 군대를 지원한다며 은박지를 걷고 있다”면서 “여과(필터)담배의 속포장지인 은박지를 군사용도로 쓰겠다는 것이어서 주민들은 나중엔 별걸 다 거둔다며 비웃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은박지를 내라는 지시는 원래 6월에 내려 왔지만 시급한 지원 사업들에 밀려 한동안 잠잠 했었다”면서 “하지만 이달 들어 학교와 인민반들에 또다시 은박지를 모아서 내라는 지시가 떨어졌고 해당 기관들의 독촉이 불같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은박지를 내라는 독촉이 거듭되자 소학교 학생들이 길가에서 빈 담배 곽을 줍느라 정신이 없다”며 “주민들은 하다하다 할 짓이 없으니 애들을 길에 내몰아 담배 곽을 줍게 만들고 있다며 비난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인민반에서는 은박지를 바치지 못한 세대들에 대신 현금을 내라고 요구하고 있다”면서 “결국은 인민군대 지원을 핑계로 현금을 거두는 모양새가 되면서 이제는 인민들 스스로 나라를 지킨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와 관련 함경북도의 또 다른 소식통은 10일 “도내 군부대 로천기지에 은박지로 덧씌워진 위장시설이 완공되었다”면서 “특히 수남구역 고사총부대의 은박지 위장망은 수남장마당 인근에 있어 많은 주민들의 구경거리가 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요즘 중앙에서 주민들에게 군수동원 물자인 은박지를 바치도록 다그치고 있다”면서 “고사총과 포부대기지에 은박지로 된 위장막을 씌우면 햇빛 반사로 인해 인공위성에서 촬영이 불가능해 군사비밀이 보장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나 “주민들은 당국이 군사비밀이 어떻고 정세가 어떻다고 떠들어도 전혀 관심이 없다”면서 “군인들을 제대로 먹이지도 못해 병사들의 영양실조가 늘고 있는 마당에 군사시설을 아무리 위장한들 뭐가 달라지겠냐”는 주민들의 비난을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주민들은 군사시설 위장을 위한 물품까지 주민지원에 매달려야 하는 중앙의 처사를 비판하면서 첨단무기가 지배하는 현대전에서 폐 은박지로 위장하는 인민군대가 과연 제대로 된 군대냐며 당국의 지시를 비웃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