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미국 공화당의 사실상 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 대화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인 가운데 북한 고위 관리도 이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미북 정상 간 만남은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길 원하는 북한의 체제 선전에 이용당할 뿐이라는 우려가 높습니다. 양성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양형섭 부위원장은 18일 미국 AP통신 측과의 인터뷰에서 차기 미국 대통령이 누가 되든 상관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중요한 것은 미국이 북한을 억압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양 부위원장은 또 트럼프 후보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 대화할 의사가 있다고 밝힌 데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양 부위원장:혹시 그렇게 되면야 나쁠 것이 하나도 없다고.,.우리와의 관계에서 지난 시기처럼 그렇게 우리를 압살하고 그럴려는 것만 없으면 된다고...
특히 양 부위원장은 현재 북한에 억류돼 있는 미국 시민 2명과 관련한 문제도 협의할 수 있다는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을 직접 만난다는 건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으려는 북한을 돕는 일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또 만일 트럼프 후보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돼 특히 평양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만난다면 북한 당국은 이를 체제 선전에 적극 활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미국 의회조사국(CRS)에서 오랫동안 북한을 연구했던 래리 닉시 박사의 말입니다.
닉시 박사: 미국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한다면 북한 선전선동 기관들은 그가 북한의 새로운 최고 지도자 김정은에게 경의와 존경을 표하기 위해서 왔다고 선전할 것입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마이클 그린 아시아 담당 부소장도 18일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 기고문을 통해 트럼프의 구상이 “매우 나쁜 생각”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북한은 절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인데 미국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만나면 북한의 핵보유를 용인하는 모양새가 될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미국 공화당의 애덤 킨징어(Adam Kinzinger) 하원의원도 이날 미국 CNN방송에 출연해 김정은 위원장과 대화할 수 있다는 트럼프 후보의 발언은 터무니없다(ludicrous)고 비난했습니다.
북한 김 위원장을 만나는 것은 그의 입지를 강화시키는 것일 뿐이라는 주장입니다.
킨징어 의원:대미 핵공격도 불사하겠다는 북한 같은 폐쇄국가의 독재자를 만난다는 것은 말도 안됩니다.
하지만 닉시 박사는 향후 미북 정상회담과 관련해 장소를 싱가포르 같은 중립적인 곳으로 정하고 회담 의제를 사전에 명확히 조율한다면 ‘북핵 돌파구’ 마련 차원에서 전혀 고려해선 안 될 일은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정부가 직접 북한과 핵협상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굳이 미북 정상회담을 통해서는 아니더라도 북핵 문제 해결을 중국에 의존할 게 아니라 미국이 직접 북한 측과 협상을 통해 해결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 일각에선 차기 미국 행정부가 이른바 ‘전략적 인내’라는 대북 정책을 고수하면서 더 이상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강화를 계속 방치하는 건 곤란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