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 중 대북개입 구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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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크라이나 크림 반도에 대한 러시아의 군사 개입은 중국이 유사시 북한에 개입할 구실을 제공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습니다. 양성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 반도 합병으로 미국 등 서방 국가들과 러시아의 대립이 나날이 첨예화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태가 북한 문제 해결과 관련해 여러 방면에서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우선 오스트리아 빈 대학의 루디거 프랑크 교수는 18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중국이 북한에 대한 군사 개입의 명분으로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를 선례로 활용할 가능성을 우려했습니다.

프랑크 교수: 만일 국제사회가 러시아 영향권인 크림 반도에 대한 러시아의 개입을 용인한다면 중국도 자국 영향권으로 여기는 북한에 개입했을 때 용인될 수 있습니다.

북한에서 급변사태가 발생할 경우 중국이 러시아와 마찬가지로 자국민 보호 등을 이유로 북한 개입에 나설 가능성이 있어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는 6자회담 등 북핵 협상에 대한 악영향을 넘어서 향후 한반도 문제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게 프랑크 교수의 지적입니다.

미국 헤리티지재단의 딘 챙 연구원도 중국은 자국 이익 측면에서 북한에 대한 군사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어떤 명분이라도 만들어내 대북 개입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도 충분히 그 명분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챙 연구원: 중국은 원한다면 이번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사태와 과거 코소보 사태, 또 이라크 사태 등 어떤 전례라도 들면서 북한에 개입할 수 있습니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리처드 부시 박사도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중국이 러시아와 마찬가지로 국제법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국의 국가이익 측면에서 대북 개입에 나설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러시아가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로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 중국 측 의견에 더욱 동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북한 문제 전문가인 게오르기 톨로라야 박사는 최근 미국의 북한 전문 웹 사이트 ‘38노스’ 기고문을 통해 러시아가 6자회담과 관련해 중국과 비슷한 견해로 입장을 바꿀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 문제와 관련해 중국의 입장을 지지하는 대신 우크라이나 사태 등 다른 사안에서 러시아 입장에 대한 중국의 지지를 확보하려 한다는 것입니다.

미국 스탠퍼드대학의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한국학연구소 부소장도 미국과 러시아 간 갈등으로 6자회담 참여국 중 북한을 제외한 5개국의 긴밀한 협력이 더 요원해졌다고 지적했습니다.

스트라우브 부소장: 러시아와 미국의 관계가 악화돼 북한 문제와 관련해서도 러시아의 협조를 기대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이런 가운데 비단 미국과 러시아 간 갈등 뿐 아니라 한국과 일본 간 역사 관련 갈등, 미국과 중국 간 아시아재균형 정책 관련 갈등, 또 납치 문제를 매개로 한 일본의 독자적 대북접근 시도 등 6자회담 참여국 5개국의 대북 비핵화 압박 대오에 여기저기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