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하원 군사위원회에 소속한 일부 의원들이 지난주 내년 국방 관련 예산안을 심의하면서 북한의 핵 폐기 용도로 예산을 배정하는 대신 해당 예산을 미사일방어(MD)체계를 구축하는 데 써야 한다고 강력히 요구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23일 의회 관계자와 속기록에 따르면 하원 군사위원회 소속 공화당 의원들은 지난주 예산을 심의할 때 수정안을 내고 "북한의 핵시설을 폐기하는 용도로 배정된 비핵화 예산을 미사일방어체계를 구축하는 데 전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원 군사위원회 공화당 간사인 하워드 맥키온 의원을 포함해 공화당 의원 24명은 "김정일이 6자회담을 거부하고 미국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감시요원을 내쫓는가 하면 핵보유를 선언한 상태에서 북한의 핵시설을 폐기하는 작업이 1년 이내에 재개되길 기대한다면 이는 비현실적"이라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의원들은 미사일방어체계를 가리키면서 "미국의 안보에 필요한 실질적이고 시급한 능력을 기르는 데 예산을 써야 한다고 믿는다"고 덧붙였습니다.
비록 공화당 소속 의원들의 요구는 다수당인 민주당의 반대 탓에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북한의 최근 행동에 대한 의원들의 반감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고 의회 관계자가 전했습니다.
앞서 지난 10일 외교 관련 예산안을 처리하기 위해 열린 하원 본회의에서는 공화당 의원들이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와 핵실험을 비난하면서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하원 외교위원회 공화당 간사인 로스 레티넌 의원은 본회의 발언을 통해 북한 문제를 "현재 미국이 당면한 외교 정책상 가장 심각한 위기"라면서 "장거리 미사일을 추가 발사하려는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발언에 나선 공화당의 댄 버튼 의원도 "북한은 미사일을 발사해 (동아시아) 지역 안보를 위협하고 다른 나라에 핵 기술을 제공했다"며 "북한을 테러 국가로 불러야 마땅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에 대한 의회의 반감은 민주당 의원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어서 지난주 북한과 관련해 열린 의회 청문회에서는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북한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습니다.
하원 외교위원회 산하의 아시아 태평양 지구환경 소위원회와 테러 비확산 무역 소위원회가 공동 주관한 청문회에서 민주당의 브래드 셔먼 의원은 북한의 핵 보유가 한반도의 분쟁은 물론 핵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력한 어조로 경고했습니다.
셔먼 의원: 북한이 그동안 보인 행동으로 볼 때 최소 15기의 핵 무기를 스스로 보유하고 나서 16번째 핵무기는 (인터넷 경매 사이트인) 이베이에 팔려고 내놓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역시 민주당의 데이비드 스콧 의원도 김정일 정권이 주민들의 안녕보다는 핵 보유를 더 우선시한다며 북한이 이제껏 단 한 번이라도 진지하게 핵협상에 임했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습니다.
스콧 의원: 김정일은 핵무기를 포기하느니 아마 주민들이 굶어 죽도록 내버려둘 것입니다.
한편 하원 세출위원회 산하의 외교 분야 소위원회는 17일 2010 회계연도 국무부 예산을 의결하면서 대북 경제지원용 예산 9,800만 달러를 전액 삭감해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을 감행한 북한에 대한 미국 의회의 반감을 반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