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대표단을 이끄는 스타인버그 국무부 부장관이 서울에서 가장 강조한 말은 북핵 문제를 풀기 위한 '국제 공조'입니다.
스타인버그 부장관은 세종로 외교통상부 청사에서 3일 권종락 외교부 1차관과 면담한 다음 "한국과 미국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 개발로 인한 위험에 대해 같은 평가를 하고 있다"면서, "한국과 미국뿐 아니라 동북아시아 지역에 있는 일본이나 러시아, 중국과 같은 나라들과 협력해 북한이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하도록 하는 효율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스타인버그: I think our discussions demonstrated that South Korea and the United States share the same assessment of the dangers that we face by the developments in North Korea's missile and nuclear programs, and our determination to work together along with the other countries in the region, Japan, Russia and China, to find an effective solution to convince North Korea to reverse course and to abandon its nuclear and missile programs.
이날 스타인버그 부장관이 이끈 미국 대표단에는 앞으로 북한과 하는 협상을 총괄할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 외에도 스튜어트 레비 재무부 차관이 포함돼 눈길을 끌었습니다. 레비 차관은 지난 2005년 9월부터 북한의 계좌 동결을 골자로 하는 방코델타아시아 BDA 대북 금융제재를 주도했던 인물입니다.
레비 차관의 동행은 미국이 국제 공조를 강조하면서도 대북 제재를 위한 다양한 방안도 함께 모색하고 있다는 점을 방증한다고 서울에 있는 외교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한국 외교부의 권종락 차관도 스타인버그 부장관을 만나 모두 발언을 통해, “이번 미국 대표단의 구성만 놓고 보더라도 북한과 국제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평가했습니다.
권종락: The fact of your visit and particularly the composition of your delegation in itself is sending an important signal to international community, particularly to North Korea.
익명을 요구한 한국 정부 고위 당국자는 북한에 “참을 수 없는 고통”을 주는 게 핵을 포기하도록 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유엔 대북 제재의 수위가 어느 선에서 정해질 건지는 여전히 중국과 러시아의 태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게 서울에 있는 외교 소식통의 전언입니다. 중국과 러시아는 2차 핵실험을 실시한 북한을 상대로 국제사회의 단합된 행동을 보여줄 필요는 있지만, 북핵 6자회담에 북한을 복귀시키는 방안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스타인버그 부장관은 대북 금융제재의 가능성을 묻는 말에 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다양한 논의를 하고 있다”면서 “특정 사안보다는 장기적인 전략을 세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일본을 거쳐 지난 2일 한국에 온 스타인버그 부장관 일행은 4일 현인택 통일부 장관과 면담하고 이명박 대통령을 예방한 다음 5일 중국으로 떠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