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미국의 대표적인 대화파 북한 전문가들은 19일 수도 워싱턴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미국과 북한 간 대화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했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미국 스탠퍼드대학 국제안보협력센터의 로버트 칼린 연구원은 미국과 북한 간 문화적인 차이 등으로 서로의 정치적 신호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칼린 연구원은 이날 미국 워싱턴 존스홉킨스대학교 국제관계대학원(SAIS)에서 열린 이 대학원 산하 한미연구소의 북한전문 웹사이트 ‘38노스’와 미국 정책연구소 ‘국가안보네트워크’가 공동 주최한 토론회에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칼린 연구원은 2012년 11월부터 북한에 억류된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 씨의 석방을 위해 북한을 방문하려던 미국 국무부의 로버트 킹 북한인권특사에 대한 초청을 북한이 급히 철회한 것을 예로 들었습니다. 미군 B-52폭격기가 연례 훈련의 일환으로 한반도 상공에 출격하면서 북한이 킹 특사의 방북을 철회했다는 것입니다.
그는 미국과 북한 간에 진지한 대화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폭격기 출격이 오래전에 미리 계획된 일상적인 훈련의 일부로 이해될 수도 있었겠지만, 대화의 부재 속에서 이같은 상황이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놀리는 것(toying with them)으로 언짢게 해석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칼린 연구원은 안보를 위한 상대방의 방어조치를 자국에 대한 위협으로 인식하는 미국과 북한 간의 뿌리깊은 상호 불신을 종식시키는 것이 쉽지 않지만,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강조했습니다. 인식을 변화시키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는 그러면서 2000년, 미국의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이 평양에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유예와 빌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의 방북 등을 논의하고 또한 당시 북한의 제2인자이던 조명록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도 미국을 방문했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조 제1부위원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특사로 미국을 방문해 클린턴 대통령과 만나 미국과 북한 간 상호 주권 인정과 적대관계 청산 등을 골자로 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한편, 한미연구소의 조엘 위트 연구원은 미국과 북한 간의 진지한 정책 논의가 2012년 이후 전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2012년 초 미국과 북한이 김정은 정권들어 처음으로 중국 베이징에서 고위급 대화를 가진 이후 현재까지 뉴욕 유엔 북한대표부, 이른바 뉴욕 창구를 통해서도 케네스 배 씨 석방 문제 이외에는 정책 대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