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강경 발언과는 별도로 미국 전직 관리와 북한 현직 관리들의 뉴욕 접촉 계획이 여전히 유효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만일 성사된다면 다음달 한미 합동군사훈련 개시 전 접촉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보입니다. 양성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최근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한 뉴욕 미북접촉 행사에 정통한 익명의 소식통은 “24일 오전 현재 상황은 여전히 미북 뉴욕접촉이 예정대로 진행된다”는 것이라고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습니다.
미국 국무부가 최선희 외무성 북미국장 등 북한 대표단에 비자, 즉 입국사증을 발급했는지 여부는 확실치 않지만 비자도 이미 발급됐을 것이란 게 이 소식통의 추정입니다.
이 소식통은 정확한 미북접촉 일정을 밝히길 거부했지만 실제 접촉이 성사된다면 그 시기는 오는 3월 한미 합동군사 훈련 개시 이전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역시 익명을 요구한 한 외교 소식통은 24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뉴욕 미북접촉에 나설 도널드 자고리아, 윈스턴 로드, 에반스 리비어 등 미국 대표단 명단을 확인했다면서도 실제 접촉이 이뤄질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22일 미국 국무부는 북한 대표단에 대한 비자발급 여부를 묻는 자유아시아방송(RFA)의 질문에 즉답을 하지 않은 채 미북 접촉을 포함한 민간 접촉은 미국 정부와는 무관하며 이런 접촉은 다양한 주제로 어디서든 열릴 수 있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습니다. (Track 2 meetings are routinely held on a variety of topics around the world and occur independent of U.S. government involvement.)
최근 북한의 중거리 탄도 미사일 발사와 김정남 암살 상황으로 미북 뉴욕접촉 성사가 어렵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은 23일 영국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화가 났고 북한 지도자 김정은과 만나는 것도 현 상황에선 너무 늦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미북대화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진 않았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 절대 '노(no)', 즉 '안돼' 라고 말하진 않겠지만 너무 늦은 것 같습니다. 지금 상황에서는 매우 늦었습니다... 미국은 김정은이 한 일에 매우 화가 났습니다. (I would never say no. It may be very late. It's very late in the picture right now… We're very angry at what he's done.)
대부분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과 관련해 미국의 대북정책이 더 강경한 기조로 흐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의 김현욱 교수의 말입니다.
김현욱 교수 :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점점 고조되면서 (전임) 오바마 행정부처럼 빈틈이 있던 제재가 아니라 2차(제3자) 제재, 중국 압박 등을 통해 좀 더 북한 비핵화를 위한 강경하고 세밀한 제재를 추진할 것으로 봅니다.
한편 이번 뉴욕 미북접촉과 관련해 북한 관리가 미국을 방문하는 것만으로도 트럼프 행정부가 김정은 정권을 '인증(validation)'하는 것이란 부정적인 시각 (관련기사 보기) 도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 가능성을 타진해 보는 미북접촉은 어디서든 필요하다는 견해를 가진 전문가들도 적지 않습니다.
이들은 또 최선희 등 북한 관리의 미국 입국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고 말합니다.
또 그간 수십 차례 열렸던 미북 민간접촉, 혹은 반관반민 접촉에 따른 실질적인 성과가 사실상 전무했기 때문에 설사 이번 뉴욕 미북접촉이 성사된다해도 비핵화 협상과 관련된 북한 측의 전향적인 자세를 기대하긴 무리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