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최근 미북대화 재개 가능성 언급에 대해 북한은 '기만술책'이라며 일단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본격적 대화에 앞서 미북 간 활발한 물밑 접촉이 진행 중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양성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미국 터프츠대 외교대학원의 이성윤 교수는 25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미북 간 뭍밑접촉 가능성을 거론했습니다.
이성윤 교수 : 충분히 물밑접촉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오바마 행정부, 부시 행정부는 대립국면에서도 여러 채널을 통해 북한과 대화를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러면서 오는 9월 뉴욕 유엔 총회를 계기로 미북 관리들이 접촉할 지 여부는 북한의 행동에 달려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앞으로 2, 3 주 정도 도발을 더 자제한다면 미북 간 대화가 시작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성윤 교수는 대화가 시작된다해도 지난 2006년 북한이 1차 핵실험을 강행한 이후 미국 부시 행정부가 대화에 나서 테러지원국 해제 등 북한에 많은 양보를 한 것처럼 트럼프 행정부도 그 전철을 밟을까 우려된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완전한 비핵화가 아니라 핵∙미사일 동결을 대가로 평화협정, 국교정상화 그리고 주한미군 철수 등도 논의될 수 있는데 그럴 경우 한국의 입장이 매우 난처해질 수 밖에 없다는 설명입니다.
이성윤 교수 : 북한이 결국 바라는 것은 (핵무기를 보유한 채) 미군을 철수시키고 한국을 고립시킨 후 한국 정부와 국민을 위협하면서 (북한이 한국 우위에 있는) 새로운 한반도의 역학관계를 추구하는 것입니다.
이런 가운데 미북대화 재개 분위기를 환영하는 전문가도 여러명 있습니다.
로버트 칼린 전 중앙정보국 북한 분석관은 이날 자유아시아방송에 “이제는 북한과 대화를 시도해봐야 할 때”라고 말했습니다.
칼린 전 분석관은 최근 토론회에 나와 북한 측이 핵과 미사일 문제도 협상 테이블에 올려 놓을 수 있다는 여지를 보였고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원색적인 막말이나 욕설도 삼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미국과의 대화를 염두에 둔 행동이라는 지적입니다.
또 조셉 디트라니 전 북핵 6자회담 미국 측 차석대사는 최근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지난 22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의 미북 대화 재개 가능성 언급에 흥분했다(excited)며 이러한 상황이 북한에 잘 전달돼 미북대화 성사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연세대학교의 존 델루리 교수도 틸러슨 장관이 북한의 도발 자제를 인정한 것은 현명하다(smart)며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틸러슨 장관의 이번 언급은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했을 때 핵협상을 해야 한다는 북한 내 협상파들의 입지를 강화해줄 수 있기 때문이란 설명입니다.
한편 북한의 ‘우리민족끼리’와 ‘메아리’ 등 대외선전 매체는 최근 미국 측의 연이은 미북 대화 관련 발언에 대해, 외교적 해법을 말하기 전에 미국은 군사적 대결 소동부터 중단하라며 미국의 ‘기만술책’이라고 비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