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미군유해 발굴 재개에 선결조건 제시”

한국전쟁 당시 북한에서 실종된 미군 유해 3구가 판문점을 통해 주한 유엔군사령부에 인도되는 모습.
한국전쟁 당시 북한에서 실종된 미군 유해 3구가 판문점을 통해 주한 유엔군사령부에 인도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0:00 / 0:00

앵커 : 북한이 지난 9월 미국 민간단체의 방북 때 북한 내 미군유해 발굴 작업이 재개되기 위한 선결조건을 내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방북단은 북한의 요구사항을 백악관에도 전달했다고 밝혔습니다. 박정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10년 넘게 중단된, 6.25 참전 미군유해 발굴작업의 즉각 재개를 거부하면서 미국 정부에 선결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전쟁과 냉전시기 전쟁포로∙실종자 가족협회’는 이 달 중순 회원들에게 발송한 올 해 하반기 활동보고서에서 지난 9월 방북결과를 설명하면서 이같이 밝혔습니다.

실종자 가족협회는 지난 9월24-27일 ‘리처드슨센터’의 주선으로 북한을 방문해 미군유해발굴과 수해지원 등 인도주의 문제를 협의했습니다.

민간 방북단은 릭 다운스 실종자 가족협회 회장과 미키 버그먼 리처드슨센터 사무총장, 법인류학자인 피 윌리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 등 3명으로 구성됐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성렬 북한 외무성 부상은 당시 면담에서 방북단이 미군유해 발굴이 인도주의적 사안이라며 즉각 재개를 요청하자 연관성을 잃었다며 이를 거부했습니다.

2005년 당시 6자회담이 교착되자 미국이 정치적 고려에 따라 유해 발굴단을 철수했다는 겁니다.

한 부상은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을 방북단이 묻자 몇 가지 요구사항을 제시했습니다.

보고서는 한 부상이 유해발굴 재개를 위한 선결조건으로 미국 측에 제시한 게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습니다.

다만 북한의 요구가 ‘합리적(reasonable)’이었으며 금전문제는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보고서는 방북단이 귀국 후 ‘북한의 요구를 들어줄 수 있는 사람’에게 즉시 관련 사안을 전했다고 밝혀 백악관에 북한의 요구사항을 전달했음을 내비쳤습니다.

한편 보고서는 한 부상이 방북단과 만남에서 처음에는 통역을 이용해 대화를 이어가다 선결 요구조건 대목에선 유창한 영어로 통역없이 직접 얘기했다고 공개했습니다.

북한이 내심 미군유해 발굴사업의 조속한 재개를 원하고 있음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됩니다.

보고서는 이번 방북이 리처드슨센터가 유엔주재 북한 대표부와 접촉해 평양의 승락을 받은 뒤 백악관의 사전승인을 거쳐 성사됐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지난 6월 리처드슨센터를 설립한 빌 리처드슨 전 미국 뉴멕시코 주지사는 북한내 미군유해 발굴 재개를 꽉 막힌 미북 간 관계 개선을 위한 방안으로 제시했습니다.

빌 리처드슨: 미군유해 발굴 문제는 미북관계 개선을 위한 한 방안으로 양국관계를 진전시키는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