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에 머물면서 김일성 주석의 강연 내용을 번역해 해외에 알리던 한 베네수엘라 언론인이 가족에 보낸 편지에 북한의 실상을 언급했다는 이유로 7년간 수감됐던 사연이 현지 언론 보도로 새삼 주목받고 있습니다. 박정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정권과 다른 생각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7년간 수감생활.’
남미 베네수엘라에서 발행되는 일간지인 ‘디아리오 라 보즈’에 최근 (4월10일자) 실린 한 베네수엘라 시인에 관한 기사 제목입니다.
신문은 ‘최고 존엄 김일성에 의한 베네수엘라인 피해자’라는 부제 아래 저명한 시인이자 언론인인 알리 라메다 씨가 과거 북한에서 겪은 실상을 2개 면에 걸쳐 자세히 소개했습니다.
1965년 열혈 공산주의자였던 그는 북한의 초청으로 방북해 김일성 주석의 강연 내용을 스페인어로 번역해 해외에 소개하는 일을 했습니다.
북한에서 아파트는 물론 기사가 딸린 차량까지 제공받는 등 특별 대우를 받았던 그는 가족에게 보낸 편지에 북한의 실상을 언급하는 바람에 당국에 체포됐습니다.
북한 당국이 편지를 몰래 검열한다는 사실을 모른체 북한 주민들이 궁핍한 생활을 하고 있다며 북한이 자신이 생각했던 공산주의 국가가 아니라고 솔직히 털어놓은 겁니다.
당시 라메다 씨에게 씌워진 죄목은 ‘미 중앙정보국(CIA)의 지령을 받고 침투한 공작원.’
이후 노동교화형 20년을 선고받고 1974년 9월 석방될 때까지 7년간 북한 사리원 수용소에 수감돼 하루 12시간씩 혹독한 강제노역에 시달렸습니다.
당시 서적은 물론 필기구 반입도 금지된 상태에서 매일 차량 부품 조립작업에 내몰렸던 그는 ‘미치지 않기 위해’ 머릿 속으로 시를 짓고 매 구절을 반복해 되뇌며 일일이 외웠습니다.
그가 마침내 석방돼 베네수엘라로 돌아온 뒤 당시 암기한 시를 묶어 출간한 시집 제목은 자신의 처지를 빗댄, ‘슬픔에 젖은 여행객’이었습니다.
신문은 사람들은 만족스럽지 못한 현실을 표현하는 데 익숙하지만 일부 국가에서는 불만이 전혀 용납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대부분 알지 못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베네수엘라의 저명 시인이자 언론인이 ‘최고 지도자와 감히 다른 생각을 하다 반동으로 간주돼 중형이 선고되는 비정상적 사회를 몸소 체험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신문은 라메다 씨가 1995년 11월 수도 카라카스에서 생을 마감했지만, 과거 왕조국가에서나 있을 법한, 권력자와 다른 생각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개인이 고초를 겪었던 사실은 세월이 지난 현재까지 여전히 논란거리로 남아있다고 꼬집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