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오는 9일 러시아 전승절 기념행사에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을 대신해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파견하기로 한 데 대해 러시아 현지 반응이 차갑습니다. 모스크바에서 양성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7일 오전 모스크바 시내 외곽 도로는 9일 러시아의 2차세계대전 승전 70주년 기념행사 행진에 나설 최신예 탱크와 장갑차, 전투기 등 각종 군 장비의 이동으로 인해 극심한 교통 혼잡을 빚었습니다.
하지만 모스크바 시민들은 가던 길을 멈추고, 심지어 운전하던 차를 멈춰 세우고 떼 지어 날아가는 전투기들을 바라보며 환호했습니다.
반면 모스크바에 사는 한인들은 이번 전승절 기념행사나 북한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방러에 대해 애초부터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았다는 반응입니다.
한국 정부 산하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모스크바 협의회의 김원일 회장은 이번 전승절 기념행사에 김 제1위원장이 참석하지 않을 것으로 오래 전부터 예상하긴 했지만 그가 이번 기회를 놓친 게 못내 아쉽다고 말했습니다.
김원일 회장:북한은 닫힌 체제, 닫힌 국가에 안주하지 말고 새롭게 국제무대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그럴 수 있는 좋은 계기를 러시아가 만들어줬는데 이런 기회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것에 대해 북한 지도부에 아쉬움이 있습니다. (북한 당국의) 정책적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모스크바 시내에서 사업을 하는 한인 김정호 씨는 김정은 제1위원장의 방러나 그 불발에 별다른 관심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김정호 씨: 솔직히 말해 그 부분에 대한 관심은 별로 없었습니다. 그들이 온다 그러면 분위기가 좋기는 하죠...
북한 최고 지도자가 러시아에 온다고 해도 모스크바 내 한인들의 위상이 높아진다든지 하는 긍정적인 측면과는 거리가 멀다는 게 그의 지적입니다.
하지만 김정호 씨는 북한과 러시아의 최근 활발한 경제 협력 움직임은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김정호 씨: 북한이 러시아에서 경제지원을 받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북한이 기댈 수 있는 나라가 몇 개 안된다고 하는데 러시아마저 외면한다면 북한도 궁지에 몰릴 것이고 그럴 때 북한이 또 어떤 일을 벌일지 모르지 않습니까?
한편 북한의 명목상 국가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8일 모스크바에 도착해 9일 전승절 행사에 참석한 후 10일 출국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지 외교 소식통들은 그가 이번 행사에 참석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나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한국의 윤상현 대통령 특보 등과 특별히 접촉할 계획은 알려지지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8일 시진핑 주석과 중러 정상회담을 열고 10일에는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도 만날 예정입니다.